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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포기하고 귀화, 이 깨져도 투혼…'갓달튼' 달튼

중앙일보

입력

15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A조 예선 한국 대 체코 경기에서 한국 골리(골키퍼) 맷 달튼이 슛을 대비하고 있다.[강릉=연합뉴스]

15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A조 예선 한국 대 체코 경기에서 한국 골리(골키퍼) 맷 달튼이 슛을 대비하고 있다.[강릉=연합뉴스]

한국남자아이스하키 골리 맷 달튼(32)은 지난해 12월16일 세계 4위 핀란드와 경기 중 이가 깨졌다. 상대가 때린 퍽이 달튼의 마스크를 강타했다. 그런데도 달튼은 코칭스태프에게 뛰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끝까지 골문을 지켰다. 김정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홍보팀장이 전해준 이야기다.

달튼이 대한민국 대표팀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캐나다 출신 달튼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보스턴 브루인스를 거쳐 2011년부터 세계 2위리그인 KHL(러시아대륙간리그)에서 3년간 활약했다. 그는 2014년 국내 실업팀 안양 한라에 영입 제의를 받았다.

당시 캐나다에서 한국 관련 뉴스 대부분은 북한 이야기였다. 가족들이 전쟁을 걱정하며 만류했다. 러시아에 남았다면 더 많은 연봉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달튼은 한국행을 택했고 2016년 3월 특별귀화했다. 달튼은 “돈을 원했다면 러시아에 남았을 거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을 위해 뛰고 싶었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A조 예선 한국 대 체코 경기에서 한국 골리 맷 달튼이 골대로 향하는 퍽을 잡아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5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A조 예선 한국 대 체코 경기에서 한국 골리 맷 달튼이 골대로 향하는 퍽을 잡아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소속팀 한라는 ‘한국의 골문을 막는 철옹성이 되어 달라’’는 뜻에게 달튼에게 ‘한라성(漢拏城)’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15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세계 6위 체코와 평창올림픽 조별리그 1차전에서 달튼은 ‘한라성’다웠다.

경기 전까지만해도 한국(세계 21위)이 세계 6위이자 1998년 나가노올림픽 금메달팀 체코를 상대로 대패를 당할거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달튼은 유효슈팅 40개 중 38개를 막았다. 세이브성공율 95%.

맷 달튼이 세계 6위 체코와 경기에서 몸을 던져 퍽을 막고 있다. [중앙포토]

맷 달튼이 세계 6위 체코와 경기에서 몸을 던져 퍽을 막고 있다. [중앙포토]

달튼은 정말 온 몸을 던져 퍽을 막았다. 아이스하키는 리바운드된 퍽을 2차 슈팅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달튼은 퍽을 글로브로 잡아버렸다. 리바운드 기회를 원천봉쇄했다. ‘막는데 도 튼’ 달튼이었다.

한국은 1-2로 아깝게 졌지만 달튼이 없었다면 점수 차가 더 벌어졌을거다. 특히 두번째 실점은 파워플레이(상대 페널티로 인한 수적우세) 상황에서 팀 동료의 실수로 인해 실점한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갓달튼(갓+달튼)’, ‘달튼 형님 대박이다’, ‘달튼 사기캐릭터’란 댓글이 달렸다.

물을 마시고 있는 맷 달튼. [중앙포토]

물을 마시고 있는 맷 달튼. [중앙포토]

한국남자아이스하키는 1982년 일본에 0-25 참패를 당했다.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전 전패를 당했다. 믿을 만한 골리의 부재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다. 아이스하키에선 골리가 팀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호투할 경우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은 달튼을 데려왔다.

아이스하키에서 퍽이 날아가는 스피드는 최고 시속 170㎞나 된다. 한 경기에서 골리가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유효슈팅은 대략 30~50개다.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 [중앙포토]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 [중앙포토]

달튼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야구와 아이스하키를 병행했다. 내야수와 포수로 활약하면서 눈과 손의 협응능력을 키웠다. 지금도 시즌이 끝나고 캐나다로 돌아가면 취미로 야구를 한다. 야구했던게 퍽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고향 온타리오주 클린턴과 가까운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팬이다. 한국에서는 프로야구 두산의 팬이고 두산에서 뛰었던 에반스와 친구이기도하다. 지난해 8월 두산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에서 시구를 하기도했다.

귀화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골리 맷 달튼이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귀화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골리 맷 달튼이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생활 5년째인 달튼은 이제 한국사람 다 됐다. 부산과 제주도로 여행갔다가 아름다움에 흠뻑빠졌다. 좋아하는 음식은 불고기다.

달튼은 지난해 일본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역사적 라이벌인 일본을 이겨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히기도했다. 비록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결정으로 무산됐지만 마스크에 이순신 장군을 새겼다. 달튼을 실제로 만나보면 굉장히 예의 바르고 늘 해맑게 웃는다.

한국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의 마스크에 이순신 장군 그림이 지워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의 마스크에 이순신 장군 그림이 지워져 있다. [연합뉴스]

달튼은 체코전 후 “골리가 하는일은 최대한 많은슈팅을 막아 동료들에게 승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난 내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달튼은 17일 오후 4시40분 세계 7위 스위스와 2차전을 앞두고 있다. 18일에는 모국이자 세계 최강팀인 캐나다를 상대해야 한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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