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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아리랑박물관 건립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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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문경∼새재에 물박달나무/홍두깨 방망이로 다나가네/홍두깨 방망이는 팔자가 좋아/큰 애기 손길로 놀아나네/문경새재는 웬 고갠지 구비야 굽이굽이 눈물이 나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문경새재아리랑’의 가사다. 새재 제2관문에는 아리랑비가 세워져 있고 노래에 나오는 물박달나무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수할 때 물박달나무가 베어져 아리랑 노랫말에 담겼다고 전해진다. 노래비 옆 작은 단추를 누르면 전수자가 녹음한 아리랑이 흘러나온다.

 문경새재아리랑은 지역에서도 정선·밀양 아리랑만큼 익숙지 않은 편이다. 문경시는 전승·보급을 위해 2008년부터 해마다 ‘문경새재아리랑제’를 열고 있다. 또 전수자 송옥자(62)씨는 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를 꾸릴 정도로 문경 곳곳에 아리랑의 흔적이 배여 있다.

 경북 문경시가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인 아리랑의 다음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앞두고 아리랑박물관(조감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경시는 문경읍 진안리 1만3584㎡(4100여 평)의 시유지에 2015년까지 1200억원(국비 1100억원, 지방비 100억원)을 들여 아리랑박물관을 지을 계획이다. 아리랑박물관은 대공연장·소공연장·전수실·상설전시관·수장고·연습실 등으로 이루어진다.

 아리랑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결속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민요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가사와 음률로 전해지고 있다. 또 아리랑은 그림·영화·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아리랑은 현재 정선에 작은 학교, 진도에 전시관 등 지역별 소규모 공간은 있으나 한자리에서 아리랑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은 없는 상태다.

 문경시는 문경새재가 오래전부터 서울과 영남을 잇는 연결로로 이용돼 고갯길의 대명사로 알려진 점을 들어 아리랑고개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또 아리랑 전래 지역인 강원도 정선(정선아리랑)과 98㎞, 경남 밀양(밀양아리랑)과 130.6㎞, 전남 진도(진도아리랑)와 291.5㎞, 서울(경기아리랑, 서울아리랑)과 153.1㎞ 떨어진 지리적 중심지로, 아리랑박물관 건립의 최적지란 것이다.

 문경아리랑은 조선시대 대원군 때 전국으로 퍼졌고, 서양에 소개된 첫 아리랑도 문경새재를 소재로 하고 있다. 고종의 자문관을 지낸 선교사 헐버트(1863∼1949)가 펴낸 연구지에 ‘아르랑 아르랑 아라리오 아르랑/얼싸 배 띄어라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 다 나간다’란 아리랑 채보 기록이 그것이다.

 문경시는 아리랑박물관을 만들어 다양한 아리랑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과 전수관 등으로 꾸밀 계획이다. 문경시 채성오 문화재담당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아리랑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민족혼이 담긴 아리랑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가 차원의 아리랑박물관 건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벌써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가 관련 자료 기증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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