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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파중 김신 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송파중 변화의 중심에는 김신(54·사진) 교장이 있다. 2010년 12월 송파중에 부임한 김 교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학교 시설 개선이다. 운동장 구석에 있는 테니스장 창고에는 쥐가 득실거렸고, 화단에는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는 휴지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학생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환경이 바뀌어야 학생도 달라진다’는 생각으로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학교 시설을 개선한 구체적 사례가 있나.

 “학교 내 낡은 테니스장을 없앴다. 테니스장은 서울시 소유 땅이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이었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혐오시설’로 방치된 상태였다. 더 큰 문제는 테니스장 때문에 정작 학생들이 운동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전체 학급수가 41개인 대형학교이다 보니 시간당 5학급이 체육수업을 해야 하는데, 이 공간 때문에 4학급만 운동장에서 수업을 했다. 나머지 1학급은 학교 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지난해 2월 테니스장을 사용하는 테니스 동아리 측에 공문을 보냈고, 협의를 거쳐 같은 해 5월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현재는 5학급이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운동장 개선을 우선 진행한 이유가 있다면.

 “중학생, 특히 남학생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그 에너지를 올바른 곳에 쏟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학교 폭력도 에너지를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한 결과다.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며 뛰어 놀다 보면 자연스레 학업 스트레스가 풀리고, 학생들의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운동장이 필요했다. 운동장 환경을 개선한 뒤엔 송파컵 축구·배구대회를 만들어 학생들이 운동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배우고, 협동심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문화·예술 교육도 다양하다.

 “우리 아이들이 사회주역이 되는 시대에는 지식만 갖춘 인재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식은 기본이고, 바른 인성을 갖고 있어야만 차세대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교양을 쌓고, 안목을 길러야 한다. 등굣길 클래식 듣기, 국제 만돌린 연주회 등은 음악적 소양을 기를 수 있게 돕는다.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등교 전 독서하기, 저자와의 만남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힐링스쿨’ 운영에 힘쓴다고 들었다.

 “‘힐링’이 특별한 게 아니다. 학생 스스로가 교사들에게 사랑 받는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교사가 진심으로 학생을 아낄 때 가능한 일이다. 부임 당시 교사들은 ‘학생들이 인사를 잘 안 한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했다. 학생들이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교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달라졌다. 비로소 교사들에게 ‘사랑’을 느낀 것이다. 이제는 교사·학생 할 것 없이 교내에서 만나기만 하면 서로 인사를 한다.”

-힐링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3월 초 집단 상담을 실시한다. 교사가 학생들을 파악하기 전에 상담을 진행해야 학생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하루에 한 그룹씩 담임교사와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친밀감 형성과 타인 이해, 자기탐색과 타인 존중, 소감나누기 등의 3단계로 진행된다. 상담과정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학생 스스로 ‘존중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에게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부임 초기엔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 화분을 갖다 놔도 반응하는 학생들이 없었다.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먼저 ‘꽃이 폈네요’ ‘감이 열렸어요’ 등의 얘기를 한다. 주변을 살피고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교실의 출입문에 써져 있던 ‘문 열고 가면 지옥에나 가’ 등의 자극적인 문구도 ‘문 옆의 친구가 추우니 문을 닫고 다녀요’ ‘문을 닫는 당신은 멋쟁이’로 바뀌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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