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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증권거래 피해 보상 규정 없어

중앙일보

입력

#사례1=A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해 증권투자를 하는 金모(34.여)씨는 최근 증권사 시스템의 전산장애로 주식거래를 할 수 없었다.

金씨는 전화를 통해 매도 주문을 냈지만 결국 주식을 제 때 팔지 못해 큰 손해를 봤다며 증권사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례2=朴모(30.회사원)씨는 얼마전 매매 체결 통보가 지연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봤다. 매수 주문이 이뤄지지 않은 줄 알고 또 다시 주문을 냈다가 이중 주문으로 손해를 본 것이다.

온라인 증권거래가 급증하면서(표 참조) 증권사와 투자자 사이의 분쟁이 있따르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규나 규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온라인 증권거래 관련 민원 건수는 88건으로 199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도 지난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모두 1백13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온라인 증권거래에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크게 나눠 ▶시스템 장애▶증권사의 프로그램 오류▶매매체결 지연이나 통보 지연으로 인한 이중주문.초과주문 등 세 가지다.

그러나 현행 증권거래법이나 민법에는 피해보상의 범위나 입증 책임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어 보상이 지연되거나 소송으로 번지는 일이 흔하다.

이에 따라 증권업협회는 최근 온라인 거래와 관련한 피해 보상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작업팀을 구성, 법률 신설이나 증권사의 정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소보원측은 특히 온라인 거래를 할 때 시스템 장애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시스템 유지관리 의무 위반에 따라 증권사측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보원측은 또 시스템 장애 방지를 위해 백업사이트를 구축하고, 이중주문.초과주문을 막기 위한 안정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소보원 관계자는 "온라인 증권거래 관련 민원의 대부분이 증거가 없거나 책임규명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며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도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 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증권거래소의 이상복 변호사는 "온라인 거래 관련 법률 분쟁이 잦아지고 있지만 해외에서도 이렇다 할 판례를 찾기 어렵다" 며 "피해보상을 위해서는 현행법에 피해를 입증할 책임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법률팀의 이종건 변호사도 "시스템 장애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 증권사가 일차적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하지만 온라인 증권거래 사고에 대비해 많은 예산이 드는 시스템 규모만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했다.

정제원.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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