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초읽기 몰려 큰 틀만 합의 … 디테일 일주일 전쟁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측의 박광온 대변인(오른쪽)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의 정연순 대변인이 18일 밤 서울 정동의 음식점 달개비에서 두 후보의 단일화 회동을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두 후보 측은 지난 14일 중단된 단일화 협상을 5일 만에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뉴스1]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8일 ‘달개비 회동’에서 단일화 협상 재개에 합의하면서 룰 협상이 19일부터 속개된다. 양측은 이제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두 후보가 약속한 대통령 후보 등록일(11월 25, 26일) 이전에 협상을 마무리하려면 일주일 안에 룰 협상을 마무리하고 단일후보를 정해야 한다.

　 ‘달개비 회동’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는 기자들이 “왜 단일화 방식을 전격적으로 안 후보 측에 위임하려고 하나. 자신감의 표현인가”라고 묻자 “시간을 단축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 후보는 “후보등록일 전 단일화를 해내려면 늦어도 24일엔 단일후보가 결정되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은 늦어도 20일까진 합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야 혹시 여론조사 과정에서 오류가 나도 보완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면서 “세부 방법은 단일화 협상팀이 밤을 새워서라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후보 측 일정표대로라면 이번 주말을 맞이하기 전에 TV토론이 열리고, 야권 단일후보가 정해지게 된다.

　안 후보 측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진 않는다. 안 후보는 ‘달개비 회동’ 후 협상팀을 전격 교체했다. 민주당 협상팀과 마찰을 빚었던 새누리당 출신의 이태규 미래기획실장, 팀장인 조광희 비서실장 대신 하승창 대외협력실장과 강인철 법률지원단장을 투입했다. 이해찬 대표를 퇴진시킨 문 후보 측에 대한 ‘성의표시’일 수도 있다. 하 실장은 시민단체 출신으로 민주당 쪽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고 강 단장은 안 후보 캠프의 초창기 멤버다. 이젠 협상을 순탄하게 해보자는 메시지다.

　앞서 안 후보는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 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담판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가 직접 단일화 방식에 대해 거론한 건 처음이다. 그 또한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측이 19일부터의 재협상에서 가장 단순한 경선 방법인 여론조사를 택하더라도 ‘악마는 디테일(세부방식) 속에 있다’는 문 후보의 8일 발언처럼 ‘디테일’에선 조율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에 참여했던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주초에는 양측이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기로 합의하고 설문 문항 작성 방식을 정해야 한다”며 “그럴 경우 3~4일 내로 조사기관을 선정하고 TV 토론을 한두 차례 한 뒤 주말 하룻동안 여론조사를 벌여야 후보등록 첫날인 25일에 겨우 단일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2002년 때도 문제가 됐던 설문 문항, 즉 ‘박근혜 후보와 본선 경쟁력’이냐 ‘대통령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느냐’를 두고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선 안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의 적합도 조사에선 문 후보가 유리한 양상을 보여왔다. 단 문 후보 측은 “최근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와의 경쟁력 조사에서도 문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어 ‘절충형’의 문항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배 본부장은 “ ‘ 박근혜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서 누구를 지지하느냐’와 같이 어느 한쪽에 유리하지 않게 문항을 섞어서 만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리얼미터 정승호 조사분석실장은 “질문 문항 외에도 역선택 방지를 위해 박근혜 후보 지지자를 어떻게 조사대상에서 배제할 것인지, 휴대전화를 어느 정도 비율로 포함할 것인지,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오차범위 이내 결과를 인정할지 등 논란의 여지는 많다”며 “ TV토론 직후 배심원 패널 조사 등 여론조사 외의 다른 방법을 포함할지 모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