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야 더 깊어짐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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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호 27면

영성을 일깨우는 음악엔 진한 감동이 있다. 잔잔한 흐름 속엔 삶의 고뇌를 승화시키는 행복이 담겨 있다. 행복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음악과 하나가 될 때가 있다. 신앙과 수행의 체험이 녹아날 때 진정으로 느끼는 감동의 전율이다. 꽃 하나에서 우주가 보이듯 음악 속에도 우주의 기운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로 듣다 보면 그대로가 되는 것이다. 아주 작은 변화의 음률을 알아차리는 것도 어찌 보면 에너지 파장이 확산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음악을 노래로 들을 때 공명의 깊이가 더한다고 볼 수 있다. 상상 이상의 평화로움을 가져다준다고 할까. 출가자들의 노래 또한 참마음을 찾게 하는 묘미가 있다.

삶과 믿음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사무실에서 만난 이응준 교무가 건네준 ‘희망을 찾아 떠나는 노래’가 그랬다. 한 곡씩 들을 때마다 대중과 소통하는 영성의 의미를 곱씹게 됐다. 자신이 경험한 걸 노래로 표현한 만큼 감동이 밀려왔다. 신앙과 수행에 바탕한 9곡의 곰삭은 노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그 마음이 곧 우주심이 되는 것이리라.

“출가한 지 10년, 음반 녹음을 위해 첫 곡인 ‘어두운 길 괴로운 길’을 노래로 부르며 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울먹울먹한 느낌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흠 없이 잘 만들고 싶었지만 심경을 있는 그대로 살리고도 싶었습니다.” 이 교무의 음반은 인생의 생로병사(生老病死)와 희로애락을 승화시키는 노래다. 스스로 마음치료를 하며 정화됐던 음악인 만큼 간간이 들리는 음악 소리는 ‘탐진치’, 즉 탐욕(貪欲)과 진에(瞋<605A>)와 우치(愚癡)를 여의는 해탈의 모습을 그린다. 탐진치는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 어리석음을 뜻한다.

그는 이어 미국인이 작곡한 곡을 번안한 ‘마음으로부터’를 들려줬다. 이 곡엔 반야심경의 핵심이 들어 있다. 삶의 회의를 느낀 애청자가 원불교 방송인 원음방송에서 이 곡을 듣고 삶의 희망을 찾았다는 사연이 있는 곡이기도 하다. “음악은 부족한 부분을 건드리고 살려냅니다. 그래서 작곡할 땐 사람들이 들었을 때 마음이 가벼워지고 영성을 맑게 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봐야 합니다. 일상의 모든 것이 음악의 소재가 되죠.”

그는 영산성지 보은강의 촉촉이 젖은 풀잎, 영산선학대학교에서 바라본 옥녀봉, 구름이 내려앉은 정관평 등을 보며 내면의 여행을 떠나곤 했다. 아름다운 영성을 가진 이들과 만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영혼을 치유해 주는 음악 소재가 우리 주변에 있음을 알았다. “연기는 아무리 뛰어나게 해도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삶의 체험이 묻어나는 음악은 진정성이 있지요. 제가 불렀던 노래들도 많은 사람이 함께 어울려 영성을 맑게 하고 희망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이 교무는 이제는 자신이 하는 일들이 자기 혼자 하는 게 아님을 안다. 자신을 통해 모두가 함께하는 거라는 사실을 체득하게 됐다. 실제로 작은 일 하나라도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음악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의 연결이다. 은혜와 사랑과 감사도 남과 공유할 때 에너지의 파동이 더 강해진다. 그의 음반이 ‘사랑합니다’라는 곡으로 끝을 맺은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됐다.



육관응 원불교신문 편집국장. 글쓰기·사진을 통해 명상과 알아차림을 전하고 있다. 숲과 들을 접시에 담은 음식이야기, 자연 건강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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