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측 "진짜 대장은 이해찬…충치는 뽑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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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원, 안철수 지지 허용을” 정대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앞줄 왼쪽 넷째) 등 전직 국회의원들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통합당 당원들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한 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종로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캠프가 갑자기 술렁였다. 안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단일화 협상 재개를 선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잠시 후 카메라 앞에 선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문 후보가 직접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때”라며 “당 혁신의지를 보여 주면 바로 만나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의논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혁신조치’의 내용과 관련,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당 혁신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겨 달라”고 했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민주당 내 새정치위원회에서 당 지도부에 제출한 혁신안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새정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밤샘 회의 끝에 ‘이해찬·박지원 퇴진’을 의결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두 사람의 퇴진을 압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내 분란을 우려한 문 후보가 “내게 맡겨 달라. 시간을 달라”면서 발표가 차일피일 연기됐었다. 그러다 11·6 회동을 통해 문·안 두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이 문제는 수면 밑으로 잠복하는 듯했다. 안 후보는 이해찬 대표의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그의 퇴진 요구를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한 셈이었다.

 안 후보 측의 이 같은 요구는 문 후보의 당 장악력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문 후보가 과연 ‘민주당 대장’이 맞느냐는 거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와 합의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단일화 룰 협상을 시작하면서 후보 간 합의가 거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무언가 다른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진짜 대장’은 이 대표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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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후보 측이 이상기류를 감지한 건 11·6 회동 이후부터였다. 2선으로 퇴진했던 친노 인사들이 속속 실무협상에 복귀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윤호중 전략기획실장이 새정치공동선언문 실무협상팀에 이어 단일화 룰 협상팀에 참여했다. 2선 후퇴를 선언했던 ‘친노 9인방’ 중 한 명인 윤건영 전 청와대 비서관도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협상전략과 안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는 이해찬 대표와 그 주변이 주도하고 있다”며 “그분(이 대표) 거취 문제 해결은 우리의 최소 요구조건”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겨냥한 안 후보 측의 발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6일엔 안 후보 캠프 관계자가 이 대표를 빗대 "충치는 뽑혀야 한다”는 표현도 썼다. “다 물러갔다던 친노들이 협상장에 다시 차고 들어와 앉아 있는 걸 보면서 도대체 이건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다.

 이 대표에 대한 안 후보 측의 불신은 뿌리 깊다. 이 대표가 ‘안철수를 통해 문재인을 띄운다’는 ‘안철수 불쏘시개론’의 진원지라는 시각이 강하다. 이 대표가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며 ‘무소속 불가론’을 꺼내 들었을 때 안 후보가 측근들에게 “나를 불쏘시개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발끈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안 후보 측은 이 대표와 친노 측근그룹이 문 후보를 ‘포획’한 상황에선 향후 민주당과의 신당 창당 등 이른바 ‘국민연대’ 과정에서도 장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를 위시한 친노 계파구조가 청산되지 않고서는 안 후보가 (민주당에) 합류하더라도 정당 개혁은 요원해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이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대선 이후 안 후보 측의 합류로 신당이 만들어지면 새 지도부가 나와야 하는 만큼 거취 문제를 고민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안 후보는 정당 조직이 없다. 결국 문 후보가 이길 수밖에 없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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