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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미래] IT·BT 분야마다 기술융합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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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올해는 어떤 기술이 주목받을까. 전문가들은 정보기술과 생명공학을 비롯한 각 기술의 융합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표적인 초소형화 기술로 떠오른 마이크로 다기능 칩(Lab-on-a chip)이 실생활에 바짝 다가서며, 인공장기.수소에너지.사람을 닮은 로봇 등과 관련된 기술이 한층 고도화할 전망이다. 올해 각광받을 10대 기술을 소개한다.

◇마이크로 다기능 칩(LOC)=엄지 손톱 크기의 칩 하나로 다양한 기능을 가능케 하는 신기술. 세계 각국이 마이크로 기술을 이용해 이 칩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응급환자에게 이 칩을 이용한다고 치자. 채혈에서부터 혈액형 분석, 페니실린과 같은 약물에 대한 부작용 파악 등을 칩 하나로 순식간에 해 낼 수 있다. 채혈기, 혈액형 분석기, 약물 부작용 테스트기가 하나의 칩에 내장되기 때문이다.

채혈의 경우 기존 주사 바늘의 수백분의1 정도 가는 마이크로 바늘을 사용해 통증도 거의 느끼지 않게 한다. 피부의 통각세포들 틈새로 바늘을 찔러 채혈하기 때문이다.

이런 바늘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일본 도쿄대, 미국 국방부 등에서 개발 중이다.

채혈된 극미량의 혈액은 적혈구.백혈구의 숫자까지를 셀 수 있는 정교한 세포 계수기로 넘어간다.

그런 뒤 적혈구나 백혈구가 정상 혈액에 비해 얼마나 부족한지, 많은지, 혈액형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한다. 여기에 약물 거부반응 테스트 기능을 넣으면 부작용을 사전에 알 수 있어 약물사고를 막을 수 있다.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개발사업단 박종오 박사는 "마이크로 다기능 칩은 휴대용 건강 진단기 외에도 환경.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기물 액정TV=전기를 가하면 빛을 내는 플라스틱 등 유기물로 만드는 TV.모니터다. 유기 EL이라고도 한다. 전기를 연결하면 자체적으로 빛을 내고, 플라스틱 필름 등으로도 만들기 때문에 둘둘 말아 다닐 수 있다.

전기도 기존 액정 화면의 3분1 정도밖에 들지 않고, 동작 속도도 3만배나 빠른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강점 때문에 앞으로 가장 유망한 액정 화면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수명이 짧고 대형화나 완벽한 컬러화면을 만들기 어려워 지금까지 상품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난해부터 휴대전화용 소형 화면에 쓰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소형 TV.차량 네비게이터용 크기가 개발되는 것을 비롯, 유기EL 분야의 기술 수준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소에너지=지구를 환경오염으로부터 구하고, 석유 등 화석 연료를 대체할 대표적인 청정 에너지로 꼽힌다. 수소를 태우면 물과 열.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황산화물 등의 오염원은 거의 없다.

올해는 자동차용 연료전지를 비롯해 가정용 발전기 등의 상용화를 위한 준비가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휴대전화나 노트북PC용 초소형 연료전지의 보급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한국에너지연구원 김창수 박사팀은 가정용 도시가스를 연결해 전기를 생산하는 30kW짜리 연료전지를 개발 중이다. 도시가스를 수소로 바꿔 발전하는 것이다.

▶태양빛보다 수억배 밝은 인공 빛을 만드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사람을 닮은 로봇▶프로테오믹스▶약물전달시스템(DDS)▶자기부상방식 등 초고속열차▶탄소나노튜브 등도 올해 주목할 분야로 꼽힌다.

방사광가속기는 더욱 강한 빛을 만들어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단백질 구조나 생물.물질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초미세 가공도 가능케 한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로 이뤄진 지름 수십 나노m의 관으로, 전자회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봇의 경우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일본 혼다의 '아시모'처럼 사람의 말을 알아 듣고, 간단한 심부름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서비스 로봇이 대거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박방주.권혁주 기자

*** 진짜같은 인공피부.각막 재생 도전

◇인공 장기=자신의 세포로 망가진 신체 일부를 재생할 수 있는 기술. 올해는 피부.각막 등을 진짜 자기 것과 닮게 만드는 기술 개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핵심은 줄기세포를 찾아내 원하는 장기로 키우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그러면 진짜와 거의 같은 것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는 인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로 자랄 수 있는 모세포.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 피부의 경우 자기 세포로 키운 것이라 해도 털이나 땀구멍.혈관 등이 전혀 없이 밋밋하다.

화상 환자나 피부 괴사 환자들에게 사용하긴 하지만 진짜 피부와 같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인공 피부도 마찬가지다.

인공 각막의 경우도 일부 시험실에서 개발해 이식에 성공하긴 했으나 영구적이지 않다. 눈을 깜박거릴 때마다 각막세포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면 다시 자라야 되는데 그렇지 않아서다. 줄기세포로 각막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의학원 손영숙 박사팀이 외국에 비해 피부 재생 효율이 6배나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올해 주목받을 10대 기술>

① 마이크로 다기능 칩
② 인공장기
③ 유기물 액정TV
④ 수소에너지
⑤ 4세대 방사광 가속기
⑥ 사람 닮은 로봇
⑦ 프로테오믹스
⑧ 약물전달시스템
⑨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⑩ 탄소나노튜브

*** 10대 기술 추천해 주신 분

김동유 박사<광주과학기술원>
김창수 박사<한국에너지연구원>
박종오 박사<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개발사업단>
박호군 원장
손영숙 박사<원자력의학원>
이조원 박사<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장준근 교수<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사진설명>

上. 포항 방사광 가속기에서 나오는 X선.자외선 등의 빛이 형광물질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이 빛은 태양빛보다 수억배 이상 밝아 살아 있는 동물의 내부와 단백질의 3차원 구조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다.[포항=조문규 기자]

下. 원자력의학원 손영숙 박사팀이 환자의 세포를 배양해 크게 키운 인공피부.혈관이나 땀샘 등이 없이 밋밋하다.올해 진짜 피부와 같은 것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 바로잡습니다

◇1월 9일자 E21면 '올해 주목받을 10대 기술' 기사의 중간제목 중 '건겅진단기'는 '건강진단기'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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