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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후보의 불편한 진실 - 말 바꾸기] 박근혜, 해양수산부 존폐 … 문, 10조 해저터널 공약…안, 4대강 사업에 대해…이랬다 저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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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먹튀방지법-투표시간 연장 동시 처리, 측근이 번복하자 두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충북 청주시 석교동 육거리시장에서 김을 사고 있다. [청주=김형수 기자]

선거에는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상대방이 못해서 이긴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 지난 4·11 총선에서 ‘나꼼수’ 진행자인 김용민(서울 노원갑)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논란은 새누리당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총선도 아닌 대선에서 후보의 일관성과 안정감은 중요한 덕목이다. 후보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유권자들은 불안해한다. 이게 오래가면 유권자들은 냉소적으로 변한다. 후보뿐 아니라 참모들의 실수도 후보에겐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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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최근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켜 부산에 두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부산을 방문했을 때 “해수부를 부활시킨 뒤 부산에 두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해양수산부를 없애는 정부조직법안을 발의했을 때, 박 후보도 이 법안을 공동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그때는 설령 그렇게 판단했더라도 잘못됐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넘어가야 (해수부 부활 공약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이정현 공보단장을 감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공보단장은 지난달 29일 “여야가 국회에서 투표시간 연장과 ‘먹튀방지법’을 동시에 논의해 관련 법을 고치자”고 했었다. 이에 문 후보가 “먹튀방지법을 수용할 테니 약속대로 투표시간 연장에 동의하라”고 하자 새누리당은 “공보단장의 개인적인 입장(박선규 대변인)”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당시 박 후보도 “서로 교환조건으로 얘기한 게 아니라 이런 법도 논의해 보자고 한 것”이라며 이 단장을 두둔했다.

 결국 박 후보 측은 문 후보에게 “정치가 장난이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야당은 5·16이나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 후보의 공개사과를 대표적 말 바꾸기 사례로 꼽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9월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했었다. 그러다 9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요즘에는 박 후보 참모들의 ‘설화(舌禍)’가 박 후보에게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잦다. 선대위의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11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안 캠프 측이 여론조사 기관에 돈을 엄청 풀었다는 애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 캠프 측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의사를 밝히자 “100%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런 소문이 있다는 의미였다. 사실을 확인하고 한 발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만약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하지 못한다면 이 발언을 박근혜 후보의 발언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9일 열린 선대위 전체회의에선 김태호 공동의장이 야권의 단일화 논의를 비판하면서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어 생식기를 가리키는 이 말은 파장을 일으켰고 민주당은 12일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회의 때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쏟아내는 거친 말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도 있다. ‘홍어X’ 발언 외에도 새누리당은 ‘통 큰 사기극’ ‘권력을 위해 영혼을 파는 야바위 행위’ ‘썩은 정치’ 등의 표현으로 단일화를 비난해 왔다.

이소아 기자

문재인 캠프서 LH공사 노조위원장 특보 영입 … 임명 이틀 뒤 취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부산시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구입한 광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문 후보는 부산·울산·경남의 경제적 자립을 강조했다. [송봉근 기자]

선거에는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상대방이 못해서 이긴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 지난 4·11 총선에서 ‘나꼼수’ 진행자인 김용민(서울 노원갑)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논란은 새누리당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총선도 아닌 대선에서 후보의 일관성과 안정감은 중요한 덕목이다. 후보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유권자들은 불안해한다. 이게 오래가면 유권자들은 냉소적으로 변한다. 후보뿐 아니라 참모들의 실수도 후보에겐 부담이다.


대통령 후보가 지역을 방문할 때는 선물을 들고 간다. 공항·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약속일 때가 많다. 그런데 선거의 승부처가 될 두 지역이 같은 것을 원할 때, 종종 두 지역 모두에 ‘하나밖에 없는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문재인 후보도 그렇다.

 목포-제주 간 해저터널 건설 공약 뒤집기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오전 박영선 선대위원장과 이용섭 당 정책위의장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 발전을 위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약속 16개항’을 발표하며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을 약속했다. 해저터널 공약은 당 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대표와 대선 경선에서 후보로 나선 박준영 전남지사도 약속했던 사항이어서 지역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발표 이후 터널 건설이 ‘제2의 4대 강 사업’이 될 거란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랐다. 막대한 비용도 문제지만 청정지역인 제주의 환경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제주의 요구와도 상충됐다. 그러자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이 당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에게 보고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10조원짜리 공약’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문 후보는 제주를 찾은 8일 “제주 신공항이 우선이고, 해저터널은 공항 수요를 해소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검토할 문제다. 해저터널은 신공항 이후에나 검토될 과제”라고 해명했다.

 문 후보는 이미 LH공사 이전 문제로도 비슷한 시비를 일으켰다. 그는 지난달 10일 전북 완주에서 열린 당원 필승결의대회에서 “(전주가) 빼앗긴 LH공사, 제가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 참여정부와 제가 여러분께 진 빚을 확실히 갚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선 “LH공사 이전이 포함된 진주 혁신도시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정반대의 약속을 했다.

 당장 새누리당에서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중플레이를 한다”(이정현 공보단장)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전북에서 후보가 한 말은) 전주로 이전하기로 한 국민연금공단의 핵심인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이지, LH공사를 두 지역 모두에 주겠다는 말 바꾸기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LH공사를 어디로 이전해야 할지에 대해선 그 뒤 입장정리가 불분명한 상태다. 두 가지 말 바꾸기가 이어지자, 당 안팎에서는 단일화의 승부처가 될 호남을 의식해 후보와 참모 모두 신중함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모들의 실수로 문 후보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일도 있다. 문 후보 측은 지난달 하순 허평환(전 국군기무사령관) 국민행복당 대표와 박해철 LH공사 노조위원장을 특보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허 대표가 3시간반 만에 새누리당 입당을 밝히면서 캠프는 체면을 구겼다. 박 위원장의 경우도 임명 이틀 뒤 실무자의 실수라며 정정 발표를 했다.

강인식 기자

안철수, 민주당 인적쇄신 압박하다 단일화 국면서는 “그말이 아니라 …”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4일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열린 농민살림연대 출범 및 안 후보 지지선언에서 밀짚모자를 쓴 채 농민단체 대표가 준 배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교수와 정치인 안철수. 급격한 신분의 변경은 불과 몇 달 사이 커다란 입장 변화를 불러왔다.

 안 후보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던 지난해 10월 청와대 직속기구인 ‘생태계발전형 신성장동력 10개 프로젝트’ 평가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당시 이 위원회는 ‘통합 물관리 기술 해외수출 지원프로젝트’를 10개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선정했다. 당시 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공적 결과를 토대로 국내 물산업의 선진화와 대외수출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의 긍정성을 안 후보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기구에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 안 후보는 “4대강 사업을 전면 중단한 뒤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4대강 주변을 개발하는 친수구역특별법을 폐지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지난해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정책발표 이후에도 논란을 불렀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 관련 부산 시민사회단체들이 ‘친수구역법’ 폐지 공약에 반발하자 안 후보는 “에코델타시티 프로젝트는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해 서부산발전 계획으로 계속 추진하겠다”(12일, 부산 상공회의소)고 밝혔다.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부산시와 수자원공사가 공동으로 부산 강서구 일대 약 12㎢의 낙동강 하구지역에 첨단산업 및 물류복합단지를 개발, 조성하는 사업이다. 안 후보는 “이 사업은 친수법 제정 이전에 원래 LH공사에서 검토하던 사업이고, 친수법 제정 이후 전국 30개 사업 가운데 (시범단지로) 우선적으로 뽑힌 사업이기 때문에 친수법과 별도로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은 폐기하되 그 법에 근거한 지역개발 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자 새누리당 이동환 수석 부대변인은 “현재 에코델타시티사업은 친수구역지정 제안서가 (국토부에) 제출돼 관계부처협의를 거쳐 중앙도시계획위가 심의하는 행정절차를 밝고 있다. 친수법이 폐지되면 법을 근거로 하는 이 사업도 중단되는 줄 모르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안철수’와 ‘나서기 전의 안철수’ 사이에도 갭이 있다. 민주당 이해찬 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안 후보가 요구한 정치쇄신이 인적쇄신과 연결되는 거냐”는 질문에 그는 “국민이 (답을)기다리고 있다”(10월 19일, 강원 중앙시장)라고 했다. 민주당의 인적쇄신을 압박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발언 이틀 뒤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친노인사 9인이 사퇴했다. 그 사이에도 안 후보는 “(총선 패배는)계파를 만들어서 계파 이익에 급급하다가 총선을 그르친 분들의 책임”(2일, 제주 상공회의소 강연)이라는 말을 했다. 민주당 내 노무현계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김한길 의원 등 민주당 비주류가 이·박 지도부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역시 인적쇄신을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을 하루 앞두고 “인적쇄신에 대해 말씀 드린 것은 아니었다”(4일, 새만금)고 물러섰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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