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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준에게 사건 무마 청탁한 의혹 여성 소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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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고검 김광준 부장검사(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검에 재소환되고 있다. 김 검사는 전날 소환돼 12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이날 새벽 3시에 귀가한 뒤 7시간 만인 오전 10시 다시 소환됐다. [강정현 기자]

김황식 국무총리의 경고성 발언 이후 “이중수사를 하지 않겠다”며 물러섰던 경찰이 14일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의 실명 은행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이를 접수한 검찰은 “경찰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이날 오전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건 김 검사의 실명 계좌 한 개다. 이 계좌는 김 검사가 부산지역 사업가 최모(57)씨 명의로 만든 차명계좌와 연결돼 있다. 경찰은 이 차명계좌에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측근 강모(51·해외도피 중)씨와 유진그룹 회장의 동생 유순태 EM미디어 사장 등 5~6명의 개인과 법인의 돈 약 10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밝혀냈다. 또 차명계좌에서 김 검사의 실명계좌로 억대의 돈이 넘어간 흔적도 확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김 검사에 대한 혐의거래보고(STR)·고액현금거래보고(CTR) 등의 자료도 요청했다. 이 자료는 1000만원 이상 계좌이체 또는 인출된 것 중 금융기관이 수상한 거래로 판단해 FIU에 보고한 기록이다. 경찰은 FIU에 검찰이 2006~2010년 유진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혐의거래보고·고액현금거래보고를 조회한 사실이 있는지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유진그룹이 김 검사에게 돈을 건넬 당시 김 검사나 소속 검찰청이 유진그룹에 대한 내사나 수사를 진행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기본적 요건조차 갖추지 않았다”며 당혹해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에는 최소한 정확한 피의사실과 강제처분을 필요로 하는 사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수사기록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전혀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15일 검·경 수사협의회를 앞두고 기각될 만한 영장을 신청해 ‘검찰이 경찰 수사를 막는다’는 명분을 쌓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한편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이날 김 검사를 이틀째 불러 조사했다. 또 김 검사가 김모(51·여)씨의 청탁을 받고 다른 지역의 사건을 자신이 근무했던 대구지검 서부지청으로 이송한 뒤 수사를 무마하는 등 여러 차례 수사 관련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특임검사팀은 이를 위해 최근 김씨를 소환조사했다. 김씨는 김 검사의 차명계좌에 수천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가 받은 돈 중 일부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금명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동현·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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