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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서 SCI급 논문, 순천향대 비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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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임상병리학과 윤형선 교수와 김수정씨. 화학과 우샛별씨와 김대영 교수.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 있는 순천향대에 최근 낭보가 날아들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으로 9명의 학부 재학생이 ‘대한민국 인재상 100인’에 선정된 것이다. 손풍삼 총장은 “지방의 중소도시 대학에서 6년 연속 인재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순천향대가 받은 인재상은 임상병리학과와 화학과에 집중됐다.

 올해 인재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수정(22)씨는 임상병리학과 4학년이다. 13일 오전 이 학과 윤형선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김씨는 현미경으로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살펴보는 실험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김씨는 학과 수업 외에 전공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해보고 싶어 2년 전 윤 교수 연구팀에 합류했다. 대부분 대학의 경우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의 연구실에 소속돼 연구를 한다. 하지만 순천향대 임상병리학과는 학부 3~4학년이 핵심 멤버로 활동한다. 학부생이 대학원생 못지않은 연구실적을 올린 수 있었던 것도 이 학과의 독특한 연구 분위기 덕분이었다. 김씨는 연구실에서 실험기법과 논문작성 방법을 배웠다.

 김씨는 지난 2년간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논문 5편을 발표했다. SCI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기술 분야 학술지 3700여 종의 색인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로 이공계 분야 학술 논문의 질적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대와 KAIST·포스텍 등 상위권 대학 학생도 학부 시절 SCI 논문을 발표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김씨는 “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방학 때 서울 원자력병원에서 인턴십 과정을 이수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발전 배경에는 자율을 강조한 윤형선 지도교수가 있었다. 윤 교수는 “강요에 의한 연구로는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주를 일요일 오후에 시작하는 것도 윤 교수와 연구팀의 특징이다. 월요일에 학교에 나와 연구 주제를 고민하다 보면 하루를 고스란히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남들보다 반나절만 먼저 시작하면 1년을 기준으로 한 달 정도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과 김대영 교수 연구팀에 소속된 인재상 수상자 우샛별(22·여)씨는 지금까지 SCI급 논문 3편을 발표했다. 특허도 3건을 출원했다. 우씨는 명절 연휴에도 연구실에 나와 관련 논문을 분석하는 등 연구에 몰두했다. 여행이나 동아리 활동 등 대학생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대부분 포기했다. 우씨는 “눈에 띄는 연구 성과를 내는 게 대학 생활의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은 다음 달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인재상은 해마다 전국의 고등학교와 대학생 중 창의력과 잠재력을 갖춘 인재 100명을 선정해 수상하는 제도다. 순천향대 화학과는 2007년부터 5명, 임상병리학과는 2009년부터 4년 연속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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