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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협동조합이 새 기업모델로 뜬다는데 일반 기업과 뭐가 다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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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주요 협동조합 기업들.

Q 최근에 ‘협동조합’이 새로운 기업모델로 뜬다는 신문기사를 봤어요. 협동조합이면 농협이나 수협 같은 걸 말하나요? 농협이나 수협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왜 새롭게 뜬다는 거죠? 일반 기업과 협동조합은 뭐가 다른 건가요.

A  세계적인 스타 리오넬 메시가 뛰고 있는 유럽 명문 축구클럽 FC바르셀로나를 아시나요. 전 세계 축구구단 중 가장 뛰어난 팀으로 인정받는 FC바르셀로나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출자금을 낸 17만 명의 조합원이 구단의 주인이란 점입니다. 2011년 조합원은 약 19만 명인데, 연간 28만원 정도의 조합비를 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하네요. 회장(구단주)을 누구로 뽑을지도 바로 이 조합원들이 투표로 정한답니다.

 조합원이 주인인 FC바르셀로나는 유니폼에 기업 광고를 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죠. 유명 글로벌 기업의 이름 대신 비영리재단인 카타르재단과 유니세프 이름을 새기고 뛰고 있습니다. 또 구단 수익의 0.7%를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FC바르셀로나처럼 조합원이 주인인 기업이 바로 협동조합입니다. 자발적으로 모인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죠.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서 얻은 수익도 조합원이 나눠 갖습니다. 돈을 벌긴 하지만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조합원의 경제활동을 서로 돕는 게 중요한 목적입니다. 투자자가 주인이고, 수익 창출이 절대적인 목표인 일반적인 기업과는 차이가 있죠. 돈을 벌기 위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협동조합은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와도 다릅니다.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와 비교할 때 가장 크게 차이 나는 건 운영방식입니다. 주식회사는 의결권(선거권)이 ‘1주 1표’ 방식이죠. 따라서 주식이 많은 대주주가 얼마든지 경영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 모두가 출자 규모에 관계없이 똑같이 1표씩 갖는 ‘1인 1표’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FC바르셀로나 같은 축구클럽 말고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협동조합이 많습니다. ‘오렌지 주스’하면 떠오르는 미국 ‘선키스트’가 있죠. 바로 이 선키스트가 협동조합입니다. 미국 서부의 6000여 개 오렌지 재배농가가 이 협동조합의 조합원이고요. 오렌지 재배농가들이 땀 흘려 농사를 지어도 중간 도매상만 이익을 챙기자 직접 생산·판매·유통에 나서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뉴스통신사 AP통신도 언론사들이 구성한 협동조합입니다. 미국 내 1500여 개 신문사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죠. 조합원 언론사는 발행부수에 따라 취재 관련 비용을 나눠 내고 있습니다. 여러 신문사가 공동 소유하기 때문에 특정 집단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한국에도 이러한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옛 선조들이 꾸렸던 ‘두레’나 ‘계’의 상부상조 정신이 바로 협동조합과 일맥상통하죠. 여러분이 잘 아는 회사 중엔 우유 브랜드 서울우유가 있어요. 수도권과 충남, 강원 지역에서 젖소를 키우는 축산농가들이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조합원입니다.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에 출자한 만큼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임원도 직접 뽑습니다. 물론 수익이 나면 배당을 받고요.

 농업협동조합(농협), 수산업협동조합(수협)도 협동조합 맞습니다. 이 밖에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등도 협동조합이지요. 다만 이러한 협동조합은 밑에서부터 자발적으로 생겨났다기보다는 정부가 주도해서 만들다 보니 정부의 입김이 세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이기도 합니다. 협동조합이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금융위기로 사회 양극화, 빈부 격차 등 자본주의의 취약점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 결과입니다. 협동조합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좀 더 안정적으로 경영을 합니다. 돈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모인 기업이기 때문에 경기가 어렵다고 함부로 직원을 해고하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충성도 높은 조합원이 있다 보니 경제위기가 닥쳐도 버틸 힘이 있습니다. 성장과 분배를 고르게 추구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로 협동조합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는 대통령 후보들도 협동조합 지원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협동조합을 키워 풀뿌리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지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협동조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원래 취지대로 경제적 약자의 힘을 키우고 경제민주화를 이끄는 힘이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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