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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응급외상환자 치료시스템 갖춰 365일 24시간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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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증 외상 전문의 교수가 어려운 병원 체제에 맞서 환자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린 인기 드라마 ‘골든타임’이 한국의 의료 현실을 진실성 있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15%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리에 막을 내린 ‘골든타임’에서는 갑작스럽게 밀어닥치는 환자에 비해 부족한 수술실, 위험한 수술을 꺼려하는 병원 운영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었다. 이 드라마는 또 매 순간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과 마주하며 언제나 고뇌하고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이 응급실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단국대병원 의료진이 응급센터로 긴급하게 후송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단국대병원

그러나 이 같은 일들이 비단 드라마 속에서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단국대학교병원(병원장 박우성)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이른 아침부터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충남 당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박민현(40·가명)씨가 차량전복사고로 장기손상을 동반한 전신 다발성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온 것이다. 중증외상환자들의 경우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거나 혹은 응급실에서 대기하다가 사망하기도 하는데 박씨는 다행히 환자의 생존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골든타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해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빠른 진단과 분야별 외상전문의의 협진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또 같은 날 새벽, 고열 증상을 보이던 생후 4개월 된 아이가 응급실에 실려와 의료진이 또 한번 분주해졌다. 생후 6개월 미만의 아이가 열이 나면 응급상황이라는 말을 들었던 엄마 전유선(38·가명)씨가 급하게 단국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전씨는 단국대병원에는 소아응급치료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됐다. 전씨의 아이는 뇌척수액 검사를 받고 고열이 동반된 뇌수막염으로 진단돼 소아병동에 입원해 현재 안정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헬기를 이용해 긴급 후송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응급의료센터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 되풀이 되는 곳이다. 단국대병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상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은 35.2%(2010년 기준)로 선진국의 20% 미만보다 높은 수준이다. 선진국은 20여 년 전부터 외상전문 진료체계를 도입해 외상 사망률을 대폭 감소시켰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중증외상환자 전문치료시설이 없고, 외상 전문의사도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충남의 경우 전국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응급환자 유출률 또한 가장 높다.

실제 중증외상환자 증가율이 전국에서 4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충남은 전국에서 노인인구 비율이 4번째로 높은 광역자치단체로 동일한 손상이나 중증도에도 높은 사망률과 이환율을 보이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센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외상전용 중환자실 및 외상전담 전문의 부족을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로 파악하고 외상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을 2020년까지 20%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로 오는 2016년까지 약 2000억원의 응급의료기금을 중증외상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 연차적으로 17개소의 권역외상센터를 설치하고 외상전담 전문의를 양성·충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지난 1일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심사를 통해 단국대병원을 비롯, 가천대길병원, 경북대병원, 목포한국병원, 연세대원주기독병원 등 5개 기관을 권역외상센터로 선정했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단국대병원은 의료기관별 중증 외상환자의 진료실적 및 성과, 권역외상센터 운영계획 등을 중심으로 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따라 단국대병원은 향후 외상전용 중환자실, 수술실, 입원병상 확충 등 외상전용 시설장비 설치에 최대 국비 80억원을 지원받고, 외상전담 전문의 충원계획에 따라 매년 7~27억원(최대 23명)까지 연차적으로 인건비를 지원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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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에 선정된 단국대병원은 지난 2009년 응급심장질환 및 응급뇌질환 특성화센터로 지정됐으며 2011년부터 중증응급외상팀도 운영하고 있다. 또 고속도로 및 국도의 접근성이 매우 용이하고 24시간 이용 가능한 육상 헬기장을 보유하고 있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 지역 및 권역 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중증환자까지도 신속한 헬기 이송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중부권에서 유일하게 JCI인증을 획득해 안전한 환자 관리 및 신속한 진료 시스템을 인정받기도 했다.

박우성 병원장은 “단국대병원은 365일 24시간 중증외상 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은 물론,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장비·인력을 갖추고 있어 1시간 이내에 중증외상환자의 진료가 가능하다”며 “또 충청 권역내 중증외상 전문병원의 부재로 인한 환자의 유출을 막고 외상관련 사망률 또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병원장은 이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충남 서해안의 도서지역뿐만 아니라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권역 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중증환자를 헬기를 이용해 신속하게 후송, 골든타임 내에 궁극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등 충청 도민에게 중증외상질환에 대한 신속하고 최종적인 치료를 제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섭 기자

◆골든타임=병원에서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의 목숨을 다투는 시간을 의미한다. 중증외상 환자의 생사가 결정되는 시간은 응급 외상 환자의 경우 한 시간, 뇌졸증 발병환자의 경우 3시간으로 사고 발생 후 피해를 최소화하고 치료 후 효과가 가장 좋은 시간을 뜻하는 의학 용어다.

◆권역외상센터=365일 24시간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출혈 등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를 말한다. 24시간 응급수술 준비체계 운영, 전용 중환자병상 가동 등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집중적인 치료 제공, 외상치료 전문인력 양성, 외상분야 연구 생산 등의 주요 기능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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