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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녹색성장 리더십을 확보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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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양수길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세계경제가 지속가능 발전을 목표로 기존의 ‘경쟁적 갈색경제’에서 ‘포용적 녹색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4년여 전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세계에 처음 제시했다. 그 뒤 국제적으로 서방 주요 7개국+러시아(G8) 확대정상회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유엔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Rio+20) 등 주요 국제무대를 통해 녹색성장을 새로운 세계적 어젠다로 채택시키기 위한 경제외교를 적극 전개해 왔다. 지난 10월 18일에는 덴마크·멕시코·아랍에미리트 등 여타 17개국과의 협약에 의거해 한국이 2년 전 국내 법인으로 설치했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를 새로운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로 재출범시켰다.

 GGGI는 녹색성장을 위한 정책 이론과 국제적 협력방안을 연구하고 동시에 개발도상국들의 녹색성장 정책 개발과 사업 추진을 지원한다. 서구 선진 공업국들은 시장경제 지향적 세계경제 질서를 연구, 확산시키기 위한 국제경제기구로 OECD를 프랑스 파리에서 발족시켰다. 그런데 그후 OECD가 발전시켜 온 것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돌이켜 볼 때 갈색성장 지향적이고, 개도국들에 대해 포용적이지 않은 경제질서였다. 이에 비해 GGGI는 녹색성장으로의 글로벌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개도국들에 대해 포용적인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연구,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21세기적 국제경제기구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각종 천연자원을 무절제하게 소비하면서 경제성장을 추진해 왔다. 그에 따라 환경이 오염되고 자연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을 방치해 왔다. 이것이 갈색성장이다. 그 결과 인류가 지구적 환경위기를 맞기에 이른 것이다. 녹색성장 패러다임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모든 환경오염 행위를 규제와 과세를 통해 억제함으로써 가격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재편하고, 친환경적 녹색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투자해 성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개도국들은 녹색성장 전략, 녹색기술, 그리고 녹색성장 사업의 재원 세 가지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녹색성장으로의 전환을 꺼린다. 한국 정부는 개도국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선도하고 있다. GGGI를 발족시켜 개도국들에 녹색성장 전략을 지원해 주는 기제를 구축했다. 대내외적 녹색기술 협력을 위해 지난 3월 서울에 녹색기술센터(GTC)를 발족시켰고 이를 개도국으로의 녹색기술 전파를 추진하는 중심 기구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개도국들의 각종 기후변화 대책을 지원하고자 하는 유엔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이처럼 우리는 전략-기술-재원으로 이어지는 ‘녹색 트라이앵글’을 한국에 구축해 글로벌 녹색성장 협력을 선도하고, 나아가 21세기의 지구 책임적인 새로운 문명의 구축에 앞장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실로 민족사적 일대 쾌거라고 하겠다. 그러나 글로벌 녹색성장의 리더로서 대한민국의 본격적인 과업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세 기구가 설립되기는 했으나 각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각 기구의 제도적 안정화와 발전 차원에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GGGI와 GCF가 한국에 자리 잡는다고 해서 우리 정부가 그 운영에 특별한 영향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러한 영향력을 확보해야 이들 기구의 발전을 주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두 국제기구의 운영에 대해 사려 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기여해 나가고, 또 각 사무국에 유능한 전문 인력을 많이 진출시켜야 한다. 우선 한국의 녹색성장을 모범적으로 추진하고 녹색 공적개발원조(ODA)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후변화와 지구시스템, 지속가능 발전 및 글로벌 녹색성장에 관한 국내 지식산업을 육성하고 젊은 인재들을 육성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얼마나 신나는 과업인가.

양수길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