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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침드라마 출연 이대근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올해 환갑인 이대근씨의 말투엔 여전히 힘이 넘쳤다. 16일 MBC에서 열린 아침 드라마 '보고싶은 얼굴' (20일 첫 방송.월~금 오전 8시25분) 시사회장에서 만난 그는 더위에도 감색 양복에 조끼까지 갖춰 입었다. 양복 상의 주머니에는 하얀 손수건이 꽂혀 있었다.

이 드라마로 그는 4년여 만에 대중에게 돌아왔다. 기억상실증에 걸려 집을 나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방황하는 남자 주인공 준혁(김주승) 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

극중에선 모시옷에 중절모를 쓴 채 부채질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노인이었다. 하지만 예의 그 건들거리는 듯한 코믹 연기는 변함이 없었다.

"그동안 자식들을 기르고 쉬고 싶기도 해서 안 나왔죠. 또 나는 연기가 좋아서 했던 사람인데, 이제 주역을 맡지도 못하게 됐으니 아무거나 무턱대고 하기보다 좀 기다린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도 보고싶고 해서 엉덩이 슬쩍 들이밀듯 이 작품에 들어왔습니다. "

사실 마지막 작품인 SBS '아빠는 사장님' (1997) 이후에 남북 이산의 아픔을 다룬 영화 한 편을 찍었지만 결국 개봉하지 못하고 말았다.

연기생활 37년 동안 그는 1천여편의 TV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 '변강쇠' 로 섹스 심볼의 이미지를 얻기 전에 그는 김두한.시라소니 등 당대의 '주먹' 을 연기했던 액션배우였다.

"요즘 TV 드라마는 해도 너무한다" 는 그는 인터뷰 내내 예술의 교육적 기능과 윤리의식 고취를 강조했다. MBC '수사반장' 에서 범죄자 역할만 1백40여회 한 이유도 범죄의 사회성을 알려주려는 윤리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하지만 건달, 변강쇠, MBC '제3공화국' 의 차지철 역 등 맡았던 역할 대부분이 말초적 남성의 상징 아니었느냐는 질문을 빼놓을 수 없다.

"배운 만큼 하는 게 연기인데 내게 남자란 여자를 책임지고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거기에 연기자로서 개성적인 면을 내가 입힌 거죠. 나에게 '수놈' 이란 끊임없는 고민의 대상이었고 한국적인 것의 상징으로 통했던 겁니다. 단 '변강쇠' 는 원래 해학성을 띤 작품인데 에로가 너무 강조됐어요. "

이씨는 자식농사를 잘 지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에 유학보낸 세 딸 중 첫째와 둘째는 박사학위를 딴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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