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플들 주말에 종로3가 왜 가나 했더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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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한 웨스턴 바에서 밤을 즐기는 젊은이들

지난 10일 밤 10시 서울 종각역 인근 웨스턴 바 록키. 평소 같으면 가게 절반 정도를 음악을 즐기는 손님들이 채웠겠지만, 이날은 칵테일 한 잔 또는 맥주를 즐기는 커플 손님들이 나머지 절반의 공간도 꽉 채웠다. 시간이 지나 자정이 되면서 손님들은 늘어나, 이 가게는 결국 보조 테이블을 놓고 일부 손님은 기다렸다 받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업주 김상준(33)씨는 “등불 축제로 손님의 숫자가 체감기준 2배 가량 늘어난 것 같다”면서 “단골 손님 외에 신규 고객은 등불 축제를 본 연인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종각역 인근은 물론, 피아노 거리, 종로3가 등 종로 일대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치킨집, 고깃집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비슷했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홍대, 이태원에 비해 퇴근길 직장인의 비중이 많았던 종로 상권은 상대적으로 주말에 한산했다.

경기 침체로 한가했던 종로 상권이 등불 축제로 살아나고 있다. ‘2012 서울 등 축제’는 2~18일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열린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윤교까지 약 1.5㎞ 구간에 등불 3만 5000여개를 띄워놓고 진행하는 축제로, ‘한양도성’ ‘백성들의 일상을 말하다’ 등 4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싱가포르, 일본 등 외국의 등불과 순천, 의령, 인제 등 11개 지자체의 등불도 전시된다.

등불이 켜지는 오후 5~11시는 물론이고, 심야시간에도 연인 단위 등 삼삼오오 관광객들은 종로 일대를 즐긴다. 일부 커피숍이나 식당들의 경우에는 줄을 서서 주문을 할 정도다. 11일 새벽 3시까지도 동문회, 친구 모임 등으로 추정되는 상당수 젊은 층이 그룹지어 밤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야시간에 택시가 부족하고 승차거부가 횡행하는 것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1일 새벽 1~3시 사이 수백 대의 택시가 종로 인근을 배회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손님을 가려서 받느라 곳곳에서 승객들과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영숙 서울시 특화관광팀장은 “지난해부터 등불 축제를 할 때마다 지역상권이 활성화되는 것이 가시적으로 보이고 있다”면서 “외국인 등 더 많은 관광객이 즐길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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