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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릭 캐로스, '지금은 외출중'

중앙일보

입력

LA 다저스의 에릭 캐로스가 본격적인 '외출'을 준비한다. 그러나 그것이 꽃단장하고 나가는 외출이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초라한 차림의 외출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7일(한국시간) LA 타임즈에서는 짐 트레이시 감독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박찬호 등판 경기에서 올시즌 성적이 저조한 캐로스 대신에 폴 로두카를 기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으로 그동안 박찬호 등판 경기 때 점수가 나지 않은 원인에 대한 '로두카-채드 크루터', '캐로스-로두카'사이의 논쟁이 어느 정도 일단락지게 되었다.

캐로스는 올시즌 동안 저조한 성적으로 LA 현지 팬들뿐만 아니라 머나먼 곳 한국 땅에서도 많은 질타를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캐로스는 그러한 결과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규 시즌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지구 1위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승차가 벌어지고 있는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현재 가장 타격감이 좋은 로두카를 기용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올시즌 동안 배터리를 이뤄온 크루터를 갑자기 로두카로 교체하기보다는 비록 임시방편격이긴 하지만 캐로스 대신 로두카를 1루수로 기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상의 선택이다.

그러나 박찬호나 다저스로 봐서는 잘 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벤치에 앉아 있을 캐로스를 생각해보면 찹찹한 것도 사실이다.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박찬호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TV 앞에 모여 앉아 그의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다른 팀의 선수들이 누구인지는 신경쓰지 않더라도 유독 다저스 선수들의 이름만은 마치 우리 편인양 친근하게 느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특성상,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입성한 이후부터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유독 한사람, 바로 캐로스만은 항상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인지 캐로스만은 남다르다. 잦은 트레이드로 인해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나고, 정 붙이기가 무섭게 떠나는 상황에서 그만은 박찬호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캐로스는 지난해 3년간의 장기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저스에 계속 남을 것이며, 올 시즌 역시 박찬호 등판을 제외한 다른 경기에는 꾸준히 출장할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 앞으로 '외출'이 잦아진다면 곧 '퇴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지금의 슬럼프를 벗어나 예전의 캐로스의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선다면 다저스와 박찬호, 그리고 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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