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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워치] 3분기 성장률 1%대 추락 … G2 경기회복 속도에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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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국내 경제가 심상치 않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1.6%까지 떨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 성장률이 1%대까지 내려간 경우는 많지 않다. 그만큼 국내 경제가 침체 상태에 있다는 의미가 된다. 전 분기와 비교한 성장률도 6분기째 0%대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에 빠지지 않았나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과거 한국 경제는 바닥을 만든 후 빠르게 회복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성장률이 바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미국의 경기 회복이 국내 경기의 부진을 희석시켜주고 있다. 3분기 미국 경제는 2%대 성장을 회복했다. 소비심리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에는 17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회복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경제가 현재진행형이라면 중국은 미래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월 들면서 중국의 소비·투자 등 경제 지표가 회복되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이 7.4%로 지난 2~3년 사이에 가장 낮았지만, 월별로는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경제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회복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경기 회복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주식시장에 호재가 된다. 반대로 속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주가의 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은 주가가 높기 때문에 추가 상승을 위해 성장 가속이란 동력(모멘텀)이 필요하다. 중국은 경기 바닥 이후 회복이 ‘L자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 만큼 이 전망을 넘어서야 주가가 오를 수 있다. 두 나라의 경기 회복 속도가 모멘텀 제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발표를 기점으로 유동성의 역할이 약해졌다. 시장이 그 대안을 찾고 있는데, G2(미국·중국)의 경기 회복이 거기에 맞는 재료다. 똑같은 논리가 국내 경제에도 적용된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이 대안이 될 경우 국내 경기 둔화라는 악재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경제와 증시의 모습은 과거에 겪어 보지 못했던 조합이다. 경기가 바닥을 헤매는데도 주가가 높은 상태에 있는 것이 그렇다. 경기가 ‘V자’ 형태로 회복되지 않고 넓은 바닥을 형성하는 것도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다. 경기 회복을 미리 반영한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과거처럼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대신 경기 회복이 힘을 잃을 경우 시장이 하락 압력에 시달릴 수도 있다. 경제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자동차 관련 주식이 석 달 만에 20% 넘게 떨어졌다. 원화 강세, 연비 과장 사태 등이 있었지만 주가가 내린 건 주가에 대한 부담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반도체 주식은 반대다. 그동안 제품 가격 하락이 발목을 잡았지만 계약 가격이 올라가면서 주가도 상승했다. 주가가 높아 조그만 악재에도 하락하는 종목과 기대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종목이 같이 있는 상황, 이것이 지금 주식시장이 서있는 위치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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