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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증권 범죄 갈수록 첨단화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주가조작 범죄에 급기야 신종 해킹 프로그램을 동원한 최첨단 수법이 등장했다.

다른 사람의 계좌에 제멋대로 들어가 시세조작은 물론 주식거래까지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70% 이상이 온라인거래로 이뤄지는 최근의 주식시장이 이같은 범죄에 의해 교란될 경우 일반 주식투자가들이 적잖은 피해를 입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7일 사이버 증권거래계좌 고객정보를 훔치는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2백여명의 고객 계좌에 침입, 시세 조작으로 4천여만원을 챙긴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로 姜모(29)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첨단 해킹 프로그램 동원=경북 모 대학 전자계산소 연구원인 姜씨는 지난 3일 S증권사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운영하는 웹 기반의 증권거래 시스템의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7일까지 고객 2백여명의 계좌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姜씨는 미리 코스닥의 B사 주식 12만주를 주당 1천1백원에 산 뒤 확보한 계좌 명의로 8일부터 ''사자 주문'' 을 내 1천3백원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20억원의 부당 매매가 이뤄지도록 매매를 조작, 13일까지 4천3백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姜씨가 만든 해킹 프로그램은 온라인 증권거래 계좌에 침입, 1시간에 2만번 이상 고객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무작위로 검색해 찾아내는 기술이다.

경찰조사 결과 姜씨는 웹 기반상으로 제작된 거래 시스템에 사용되는 자바(JAVA) 언어가 침투와 조작이 비교적 허술한 점을 노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姜씨는 프로그램의 명령어를 아예 바꾸는 등 마음대로 거래 전산망을 외부에서 조작했다" 고 설명했다.

姜씨의 범행은 해당 주식의 거래와 관련, 2만번 이상 계좌 접촉이 발생한 점을 이상히 여긴 증권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 사이버 증권 거래=국내에 사이버 증권거래가 등장한 것은 1997년으로 99년 증권사들이 사이버 증권거래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면서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

업계에선 현재 이용 고객수가 1백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에 적발된 사이버 주가조작 수법은 주로 ID와 비밀번호를 무작위로 입력해 다른 사람의 계좌에 접속하는 ''게싱'' 수법.

지난 4월 D증권사 직원 임모(38) 씨 등이 이런 수법을 통해 6천여만원을 챙겼다가 적발되는 등 올들어 서울서만 7건이 발생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웹 기반상의 온라인 거래는 34개 증권사 중 20여곳이 운영 중이며, 거래 비중도 10% 정도 되는 것으로 증권계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들은 웹 기반을 통하기보다는 비교적 보완성이 뛰어난 증권사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 이라고 말했다.

표재용.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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