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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호세, "홈런왕보다 타점왕 욕심"

중앙일보

입력

펠릭스 호세(36.롯데)의 헬멧은 상처투성이다.

반짝반짝 윤이 났던 호세의 검은색 헬멧은 겉에 칠해진 페인트가 벗겨진 지 오래다. 화가 나서 집어던지는 것일까? 무시무시한 괴력을 자랑하는 호세는 카리브해 섬나라인 도미니카 출신답게 왠지 성격도 급할 것 같다.

그러나 '아니올시다' 다. 13일 현재 홈런 공동 1위(27개), 타격 2위(0.350), 타점 1위(84점), 장타율 1위(0.700), 출루율 1위(0.500).

한국 프로야구 20년 역사상 첫 공격 5개부문 석권을 노리는 강타자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 호세의 진실

호세는 타석에서 돌아오면 더그아웃 뒤에서 반드시 배트를 다시 휘두른다. 두번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다.

빛바랜 헬멧은 1999년 2월 한국 무대 데뷔 시절부터 쓰던 것이다. 타자는 방망이를 휘두를 때 머리가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헬멧을 소중하게 챙긴다.

호세는 같은 해 11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 갔다가 올해 4월 롯데로 복귀하면서 한국에서 쓰던 헬멧을 고향집에서 다시 가져왔다.

그는 수비모자 한쪽에 지난달 24일 세상을 등진 김명성 롯데감독의 등번호 99를 써놓았다.

그를 다시 부른 김감독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작은 것을 챙기기도 한다.

◇ 호세의 힘

우용득 롯데 감독대행은 "호세의 파워는 상체에서 나온다" 고 말한다. 99년에 비해 오히려 힘이 더 좋아졌다. 지난해 양키스 주전을 노리며 쉼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결과다.

휴일에도 사직구장을 열바퀴씩 달리며 하체를 단련한다. 그 결과 호세는 상.하체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뤄 놀라운 배트 스피드를 자랑한다. 물론 술.담배는 절대 사절이다.

◇ 호세의 기술

포수가 일반적으로 선구안이 좋듯 10세 때 포수로 야구를 시작한 호세는 볼을 고르는 감각이 탁월하다. 올 시즌 삼진 49개로 홈런 라이벌 이승엽(삼성.1백개), 우즈(두산.91개)와 비교가 안된다. 여기에 스위치 히터라는 장점도 갖췄다. 파워에 기술이 합쳐진 호세는 올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홈런을 뽑아냈다. 그러나 배트를 흔드는 스타일 때문에 몸쪽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호세의 꿈은 뭘까?

그는 "홈런왕은 목표가 아니다. 야구는 즐기는 것이고 이기면 더 좋다. 동료와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행복하다. 중심타자이기 때문에 타점왕에는 올라보고 싶다" 고 '힘'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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