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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행운은 잡는 사나이' 펠릭스 호세

중앙일보

입력

메이저리그도 그렇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그 대부분이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들이다. 그리고 올시즌도 변함없이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선수들은 뛰어난 활약을 펼쳐 보이며 자국의 야구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도밍고 펠릭스 호세(롯데 자이언츠)다.

2년만에 다시 한국 프로무대에 선 호세, 그는 지금 삼성 라이언즈와 현대 유니콘스의 치열한 1위 다툼만큼이나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비록 소속팀인 롯데가 최하위를 달리며 부진의 늪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이와는 반대로 호세의 활약은 모든 타자들 중에서도 최고라고 평가할 만큼 독보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사 최초의 타격 5관왕의 달성이라는 신화가 바로 그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호세는 올시즌을 포함하더라도 한국 야구무대를 경험하는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호세에게는 한국 프로야구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많은 행운이 따라왔다.처음에는 그저 운이 좋아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운도 실력이 있어야 따르는 법이니까 말이다.

호세가 남긴 기록들은 과히 한국 프로야구사에 있어서 이정표가 될 만한 것들이었으며 그의 뛰어난 야구실력과 함께 야구팬들의 힘이 어우러져 진기록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국 야구무대에 선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던 1999년 4월,호세는 한국 프로야구사 통산 1만번째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이 대기록을 달성할 때 당시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다니엘 로마이어에 불과 몇 분 앞서서 1만번째 홈런을 달성한 호세에겐 정말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순간이었고 또한 그 자신에게는 커다란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호세가 앞으로 이룰 대기록의 단지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1999년 6월 20일과 21일,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호세는 이틀에 걸쳐 만루홈런을 기록했고 이 해에 그는 또한 한 경기 좌,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대기록은 모두 한국 프로야구사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호세의 최초라는 이름의 도전이 정규시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해 가을, 한국에서 처음 맞이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호세의 진가는 또 한 번 발휘되기 시작했다. 삼성과 맞붙은 플레이오프.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몰리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거의 절망적이었던 5차전 경기에서 호세는 9회말 3-5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임창용으로부터 역전 끝내기 홈런을 뽑아내며 사직야구장을 찾은 부산팬들을 열광시켰다.

포스트시즌에서 끝내기 홈런이 기록된 적은 호세 이전에도 4번이 있었지만 역전 끝내기 홈런은 이것이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호세는 또 한 번 '최초'라는 이름의 대기록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그러나 호세의 기록 사냥은 한 가지가 더 남아 있었다. 마지막 플레이오프 7차전. 0-2로 뒤지고 있던 6회초에 호세는 추격의 불을 당기는 1점홈런을 터트렸다. 이 홈런으로 인해 결국 약 20여분간이나 경기가 중단되었지만 또 하나의 대기록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4번 타자 마해영이 동점 1점홈런을 기록하며 호세의 홈런을 사상 최장시간 간격 량데뷰 홈런(Back to Back 홈런)의 시발점이 되는 홈런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대구 야구장을 찾은 팬들의 역할에 힘입은 것이기는 했지만 호세의 뛰어난 야구실력이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7차전으로 치루어진 플레이오프 사상, 초반 1승 3패로 뒤지고 있던 팀이 막판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된 이 시리즈는 어떻게 보면 그 '최초'라는 이름의 여러 대기록들을 달성했던 호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리즈라고 평가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올시즌 타격 5관왕에 도전하고 있는 호세가 또 한 번 그 최초라는 이름의 대기록을 달성하는 행운의 사나이로 남을 수 있을지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큰 화제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호세가 만들어 가는 기록 하나 하나는 바로 이 같은 팬들의 기대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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