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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 대형온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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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도 광릉 숲 중앙에 국립수목원이 대규모 온실(조감도. 사진)을 짓기로 한 데 대해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3818㎡(1155평) 면적에 높이가 10층 건물과 비슷한 22.5m에 달하는 대형 온실을 이달 중에 착공할 예정이다. 1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유리 온실은 2007년 9월 완공될 예정이다. 온실에는 열대.아열대.고산.건조지역 등 4개의 기후대에서 자라는 식물 1700여 종을 나눠 심는다.

수목원 측은 "국내외 유용식물 자원 탐사.수집사업을 통해 매년 1000여 종의 식물이 수집돼 있어 열대.아열대 등지의 식물을 증식.보존.전시하기 위한 첨단 온실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이용객들이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자연학습과 체험교육을 담당하는 공간으로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이령보존회 측은 광릉 숲 한가운데 대형 온실을 설치하는 것은 ▶소리봉(536m)을 배경으로 한 경관을 심하게 훼손하고 ▶식물 생태계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새들의 서식 환경도 위협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희귀 조류들이 서식하는 이곳에 온실이 들어서면 새들의 이동로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투명한 유리 건물에 새들이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앞두고 있는 광릉 숲에 수목원 측이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조상희 우이령보존회 부회장은 "규모가 큰 온실을 광릉 숲의 '단전(丹田)'에 짓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굳이 온실이 필요하다면 다른 곳에 짓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서울 홍릉의 국립산림과학원 예정지에 설치하는 방안과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천리포수목원을 매입해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우이령보존회 측은 또 열대.아열대 식물보다는 멸종위기에 처한 광릉요강꽃 등 광릉 특산식물의 자생지 보존과 복원이 훨씬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목원 관계자는 "온실 건설 예정지는 숲이 아닌 평지인데다 이미 비닐하우스 등 증식장이 들어서 있고 밤나무.참나무 등도 1990년에 심은 것이기 때문에 천연림 훼손은 없다"며 "높이를 최대한 낮추는 방안 등 환경단체의 의견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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