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혜와 재물의 상징 전 세계서 날아와 계속 ‘번식’ 중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95호 15면

“엄마 생각하며 부엉이를 모아요. 여행길에 사다드렸던 한 마리 한 마리에 엄마와의 추억이 담겨 있거든요.”

나의 애장품 <10> 준오뷰티 박진현 신규사업본부장의 부엉이

경기도 분당 준오헤어 수내1호점. 현관에서 고객을 맨 먼저 맞는 것은 커다란 부엉이 다섯 마리다. 이 숍의 원장이자 ㈜준오뷰티 신규사업본부장 박진현(46)씨에게 강윤선 준오뷰티 대표가 선물한 ‘부엉이 바위’들이다. 숍 안쪽 벽면을 꽉 채우고 있는 것도 약 1000점의 부엉이 컬렉션. 미니멀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헤어숍에 수십 년 된 부엉이 컬렉션이라니, 어리둥절한 고객들에게 박씨는 ‘엄마의 유산’이라고 답한다.

시작은 가족이 살던 미국 시애틀의 동네 할머니와의 인연이다. 아마추어 화가였던 나오미 할머니는 서양에서 지혜의 상징인 부엉이 그림을 주로 그렸고, 평생 지인들로부터 선물받은 부엉이 공예품이 수천 점에 달했다. “자식이 없던 할머니는 이웃집에서 자식처럼 돌봐드리던 제 이모부에게 모든 유산을 남기고 돌아가셨어요. 할머니를 유난히 따르셨던 저희 엄마가 부엉이 관리를 자처하셨고요.”

부엉이를 인수한 모친은 10여 년 동안 컬렉션을 더해 갔고, 2006년 모친이 돌아가시자 박씨가 이어받았다. 세계 30~40개국에서 1960년대부터 날아든 부엉이들은 박씨의 숍에서 여전히 번식(?) 중이다. 할머니 남편이 손수 만들어 선물했다는 새파란 돌조각부터 박씨의 남편이 브뤼셀에서 사다 준 자수액자, 박씨가 엄마에게 선물했던 그리스 타일, 꼬마 고객이 보낸 그림카드, 제자가 선물한 목걸이 등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다.

부엉이가 동양에서는 부와 재물의 상징인 만큼 고객들에게도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저희 숍에 다녀가서 부엉이 태몽을 꿨다는 분도 계시고, 어떤 고객은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가시기도 했죠. 이모댁에도 좀 남겨뒀는데, 미국이 불황인데도 사업이 번창하는 게 부엉이 덕분인 것 같다며 매년 크리스마스에 오너먼트 부엉이를 직접 만들어 보내주세요. 조금씩 다른 디자인의 부엉이가 늘어날 때마다 이모의 정성을 새삼 느끼죠.”

박씨는 2005년 영국에서 열린 웰라 트렌드비전 어워드에서 세계 10대 디자이너로 선정된 국내 대표 헤어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준오의 신규사업본부장으로, 서경대 미용예술학과 겸임교수로 맹렬한 활동 중에도 가족, 지인들과 주고 받는 기쁨은 삶에 소중한 활력소가 된다. 본인도 소중한 선물은 꼭 부엉이를 고른다고.

“엄마는 제가 하나씩 사드리면 유독 좋아하셨어요. 부엉이가 엄마와 저의 연결고리였던 셈이죠. 젊은 시절 한참 바쁠 땐 엄마랑 대화도 못 나눴는데, 부엉이 사다 드리면서 함께 즐거워한 기억들은 잊히지가 않네요. 수집이란 게 우연히 시작되지만 사람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그 자체로 보물이 되는 것 같아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