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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에 고춧가루 타 먹으면 감기 나을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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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은 수은주가 떨어지면 인기가 더 높아지는 음식이다. 뜨거운 국물이 차가워진 몸을 데워주기도 하지만 술자리나 감기가 잦은 계절에 술독·고뿔 해소 음식으로도 효용이 높다.

콩나물은 엿기름·식혜·숙주나물과 더불어 대표적인 전통 발아식품이다. 발아(發芽)란 살아 있는 씨앗을 물에 불린 뒤 어두운 곳에서 싹을 틔우는 것을 말한다. 콩이 발아과정을 거쳐 콩나물이 되면 향과 영양가는 물론 소화율도 높아진다. 장내 가스 발생인자, 트립신 저해제 등 콩의 단점은 줄어들고 피틴산 감소로 미네랄 이용성은 커진다.

현미·보리·밀·메밀·콩·녹두 등 거의 모든 씨앗은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싹이 튼다. “발아식품엔 생명력이 있다”는 말은 발아 과정에서 비타민C와 GABA·아스파라긴산 등 유익한 성분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발아 도중 곡물에 든 피틴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생성돼 피틴산이 이노시톨로 변한다.
이노시톨은 비타민B군의 일종으로 지방의 분해와 연소를 촉진시키므로 비만·동맥경화·지방간 환자에게 콩나물 음식을 추천할 만하다. 콩엔 비타민C가 전혀 없으나 발아시켜 콩나물이 되면 비타민C가 생긴다. 100g당 5㎎가량이다. 비타민C는 조리 중에 파괴되기 쉬우므로 콩나물을 조리할 때는 소금물에 익히고 가열 시간은 2∼3분가량으로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콩나물엔 숙취 해소를 돕는 아스파라긴산이 100g당 약 800㎎이나 들어 있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은 우리 몸에서 알코올 해독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돕는다.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피로 회복을 돕는다. 아스파라긴산은 콩나물의 잔뿌리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숙취효과를 기대한다면 잔뿌리는 다듬지 않고 요리하는 것이 좋다.

콩나물은 뼈 건강에도 이롭다. 뼈에서 칼슘이 소실되는 것을 막는 아이소플라본(식물성 에스트로겐) 함량이 콩보다 높다. 칼슘이 뼈에서 혈액으로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하는 다이드제인(daidzein)도 풍부하다.

콩나물은 단백질도 풍부하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약 5.1g(생것, 마른 것은 45.7g)으로 같은 무게의 마른 콩(대두)보다는 적다(36.2g). 열량(100g당 31㎉)도 낮아서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콩나물은 줄기가 통통하고 잔뿌리가 적으면서 무르지 않은 것을 고른다. 검은 반점이 있거나 떡잎이 물렁물렁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은 변질된 것이므로 피한다.

보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이다. 구입한 날 바로 먹는 것이 최선이다. 남은 것은 살짝 데쳐 물기를 잘 제거한 뒤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되 가능한 한 빨리 섭취해야 한다.

콩나물은 서민의 웰빙 식품이다. 엄동설한에도 7일이면 얻을 수 있는 신선채소다. 고려 고종 때 출간된 향약구급방에는 “콩을 싹 틔워 햇볕에 말린 대두황(大豆黃)은 감기를 낫게 하고 속을 시원하게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콩나물을 먹으면 키가 쑥쑥 큰다거나,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넣어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는 속설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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