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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환경 도시, 하이델베르크의 비결은‘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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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06년 이후 매년 한국에 온다는 뷔르츠너 시장은 “서울이 놀라울 정도로 친환경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안성식 기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 하이델베르크의 첨단 기술을 한국과 나누고 싶습니다.”

 독일 남서쪽에 자리잡은 ‘중세의 도시’ 하이델베르크. 고색창연한 이 고도는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환경친화 도시다. 올해 유네스코가 제정한 ‘유엔 지속가능 발전 도시상’을 비롯, 지난 10년간 유럽연합, 독일 연방정부 등으로부터 환경분야의 굵직한 상을 8개나 받았다.

 이같은 환경모범 도시를 가꾸는 데 앞장서 온 에카르트 뷔르츠너 하이델베르크 시장이 서울시와의 교류를 위해 방한했다. 2006년 취임한 뷔르츠너 시장은 법학과 지질학 박사 학위를 가진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그는 “하이델베르크의 경우 지난 2000년 이래 지금까지 모든 건물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였다”며 이는 “도시계획에서 주택설계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연구 끝에 거둔 성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즉 도시계획 단계 때부터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지 고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하수도 시설을 예로 들었다. “하이델베르크시는 도시계획을 할 때 가능한 한 빗물이 하수도가 아닌 강에 바로 흘러 들어가게 설계했다”고 했다. 그래야 하수 처리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집을 지을 때도 에너지 효율을 대폭 올린 최첨단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가 들어서도록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패시브 하우스란 최첨단 단열재와 환풍시설 등을 채택, 에너지 소비를 종전의 10% 안팎으로 줄인 주택을 뜻한다.

 이런 성과는 이 도시가 보유한 막강한 기술력에 힘입은 바 컸다. 뷔르츠너 시장은 “인구 15만에 불과한 소도시이지만 이곳에서 공부했거나 일한 노벨상 수상자만 55명에 달한다”고 자랑했다. 도시 중심의 독일 최고(最古)의 하이델베르크대는 세계적인 명문대로 꼽힌다.

 그는 “현재 종이를 이용한 차세대 태양광 발전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귀뜸했다. 지금까진 실리콘을 이용한 평평한 유리판 모양의 태양전지(solar cell)를 썼지만 종이 위에 특수 유기물질을 발라 태양광을 전기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머잖아 상용화 되면 굽은 곳이라도 종이 태양전지를 붙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첨단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CO2 제로(Zero)’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뷔르츠너 시장은 “매년 올 때마다 서울의 환경이 급격히 좋아지는 데 놀랐다”며 “6년 전 처음 왔을 때 나무만 있던 남산에 아름다운 공원과 시내물이 생겨난 게 단적인 예”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환경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 정책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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