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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송·전현아 물오른 연기 '그 아버지에 그 딸'

중앙일보

입력

“워낙 야물딱져서 걱정은 안해요.한번 배역을 맡으면 침식도 잊는 게 꼭 젊었을 적 제 모습을 보는 듯 하지 뭡니까,허허허”

“잔소리 안 하시고 조용히 지켜봐 주시는 아빠가 큰 힘이 돼요”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에서 경빈 박씨의 궁녀 ‘금이’역을 맡은 전현아(30) .KBS ‘태조 왕건’에서 견훤의 책사 ‘최승우’역으로 나오는 중견 연기자 전무송(59) 씨.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둘 다 계략을 세우거나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답이 나올 법도 하지만,정답은 ‘부녀(父女) 사이’다.

시청률 1 ·2위를 다투는 두 드라마에서 부녀가 경쟁 아닌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눈을 동글동글 돌리며 궁궐의 이곳 저곳을 염탐하고 다니는 금이와 학사 최승우의 모습을 겹쳐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전현아의 또박또박 명쾌한 발성법이나 당찬 표정 등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아하!" 라며 무릎을 칠 만도 하다.

전현아는 시청자들에겐 낯설지만 신인은 아니다. 지금 한창 뜨고 있는 김남주와 함께 SBS 공채탤런트 4기로 들어왔다.

"사극 '장희빈' '임꺽정' 등에 잠깐씩 출연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네요. "

방송 출연은 뜸했지만 연극무대에서는 아버지 못지 않은 굵직굵직한 이력을 쌓고 있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에서는 밤무대 가수, 뮤지컬 '번데기' 에서는 체조 선수로 출연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직접 희곡을 쓰고 연출까지 한 '종이꽃' 을 무대에 올렸다.

전현아가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물론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다. 세살 때 아버지가 거꾸로 매달려 있던 장면에서 "죽지마" 라고 소리를 질렀던 게 연극에 대한 최초의 기억이다.

초등학교 때는 동화 구연에 일가견이 있었고, 가야금을 전공하던 국악예고 때는 친구들이 모아준 돈으로 '비싼' 연극을 대신 보고 나중에 더 재밌게 이야기를 해 줬다.

하지만 전무송씨는 딸이 그의 그림자를 따르는 걸 반대한다.

"현아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보지만 절대 지적은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틀에 얽매이면 큰 배우가 될 수 없습니다. 훨훨 자유롭게 날아야죠. "

그 대신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전무송씨의 여자 후배가 전현아가 출연하는 모든 프로를 모니터해 일주일마다 날카로운 지적을 해온다고 한다.

전현아는 요즘 사극 연기에 맛을 들였다. 난정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선 대선배 앞에서 주눅이 들었지만, 막상 감독 사인이 떨어지자 자신도 놀랄 정도로 대차게 덤벼들었다. 그 바람에 녹화후 강수연이 "너 나 죽이겠다" 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인터뷰 끝에 "주변에서 결혼 성화가 심하죠" 라고 살짝 긁어보았다.

연극배우인 전현아의 남동생 전진우는 누나를 추월해 이미 결혼을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전무송씨가 손을 내젓는다, "결혼이란 언젠가 해야겠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겁니다. "

그때 전현아가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그런 책임을 같이 져줄 사람이 있다면…" 이라고 말했지만 전무송씨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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