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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육상] 故 정봉수 감독의 유작, 임진수

중앙일보

입력

"돌아가신 정봉수 감독님을 생각하며 최선을다해 뛰었습니다." 4일(한국시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마라톤에서 세계 정상의 철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22위를 기록한 임진수(23.코오롱)는 첫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의 기록은 비록 2시간23분16초로 부진했지만 28℃의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이봉주를 비롯해 할리드 하누치, 거트 타이스 등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기권하는 상황에서 해외 경기에 처녀 출전한 선수치고는 놀라운 성적인 것.

한국 마라톤의 거목인 정봉수 감독이 타계한 지 1달도 안돼 경기에 나서 어느때보다 잘 뛰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임진수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달리면서도전혀 위축되지 않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달 타계한 故 정봉수 감독을 위해 가슴에 검정 리본을 달고 달린 임진수는풀코스 도전이 이제 7번에 불과한 신예. 지난해 12월 코오롱에 입단해 정 감독 밑에서 훈련한 지 3개월만에 3월 열린 동아마라톤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4초 앞당긴 2시간12분45초를 기록했고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서는 영광까지 차지했다.

임진수는 레이스가 끝난 뒤 "초반에 조금만 잘 뛰었더라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텐데, 돌아가신 정 감독님에게 죄송하다"고 아쉬워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첫 메달의 한을 풀지 못한 한국 마라톤으로서는 임진수의 선전으로 가능성을 찾았다는데서 이번 대회에서 나름대로 적지않은 성과를 거둔 셈이다.

"마라톤이 재미있다"는 임진수는 "일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1등을 국내 대회에서라도 해보고 싶고 언젠가는 꼭 세계에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선수로 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에드먼턴=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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