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영어 문장구조 파악할 땐 동사 → 명사 → 형용사 → 부사 순으로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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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학생이 수능 외국어영역에서 어법문제를 어려워한다. 어법문제의 경우 2개 유형으로 출제되는데, 2개의 선택지 중 맞는 표현 고르기(유형1)와 어법상 틀린 항 찾기(유형2)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학생들은 유형2를 훨씬 더 어려워한다. 동일한 문제라도 유형1로 출제되면 정답을 찾을 수 있지만, 유형2로 변형하면 상당수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유형1에서는 문제풀이의 단서가 2개의 선택지 형태로 주어지지만, 유형2에서는 문제풀이 단서가 없어 학생 스스로 실마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어법문제에서 관련 문법을 몰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문제에서 무엇을 물어보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답을 보거나 누군가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가지만, 정작 정답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는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같은 유형의 문제가 또 나오면 또 틀리는 악순환이 고교 3년의 과정 동안 되풀이된다.

수능 어법문제에서는 문장구조의 타당성 여부를 묻는 게 대부분이다.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구조’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구조’의 개념을 이해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세 가지다. 형식, 관계, 위계질서다.

첫째, 문장의 내용이나 의미보다는 의미를 담아내는 기본 틀 즉, ‘형식’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문장을 붕어빵으로 가정해보자. 제대로 된 붕어빵을 구분해 낼 때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붕어빵의 모양이다. 마찬가지로 수능 어법문제는 해석을 해서 푸는 문제가 아니다. 문장이 기본 틀, 즉 문장형식에 맞게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점검하면 된다. 붕어빵의 틀에는 눈, 꼬리, 지느러미가 있어야 하듯 문장의 틀에는 주어와 동사가 있어야 한다. 그 기본 틀에서 어긋나있는 문장이 어법상 틀린 문장으로 자주 출제된다. 2011·2012학년도 수능에선 동사를 분사로 바꾸어 놓거나 분사를 동사로 바꾸어 놓는 문제가 연속 출제됐다.(A ship [traveled / traveling] lost(v) … (2012학년도) Persons who ~ achieving(v)~(2011학년도))

둘째, ‘관계’를 살펴보자. 문장의 특정 부분에 밑줄을 긋고 어법상 맞는지, 틀린 지를 묻는 문제는 밑줄 친 특정 부분만을 묻는 게 아니다. 특정 부분과 다른 부분과의 관계를 묻는 것이다. 문장의 부분과 부분의 관계는 부분이 맡은 역할들의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문장의 특정 부분에 밑줄이 있으면, 그 부분의 문장성분이나 품사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후 다른 문장 성분이나 품사와의 관계를 살피는 게 순서다. 문장성분과 품사는 고루한 문법개념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영어 문장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근간이 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수능 어법문제에서도 상호 관계되는 문장성분이나 품사간의 ‘일치’ 문제가 다양한 형태로 출제돼 왔다. 주어, 동사의 수, 태일치, 동사와 부사(구/절)의 시제일치, 준동사와 의미상의 주어와의 태일치, 등위접속사에 의해 관계되는 두 부분의 일치, 대명사와 지시되는 명사와의 수일치, 대동사와 지시되는 동사와의 일치, 형용사와 형용사가 수식하는 명사와의 수일치 등이 대표적이다.

셋째, 품사 또는 성분 간의 ‘위계질서’다. 문장을 구성하는 성분이나 품사 간에는 상·하의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가령, 주어와 동사는 문장의 필수 조건이지만 보어·목적어·부사어구 등은 그렇지 않다. 문장구조 파악이 모호할 때는 우선 주어와 동사부터 파악하는 게 순서다. 문장구조 관계의 중심은 동사다. 따라서 문장구조를 파악할 때는 동사-명사-형용사-부사 순으로 점검해야 한다. 어법상 틀린 부분을 찾을 때도 위와 같은 위계질서에 입각해 문제를 풀어내는 게 좋다. 참고로 지금까지 출제된 어법문제는 동사 관련 문제, 특히 동사·준동사의 태와 관련한 문제가 1순위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 2개의 선택지 중 어법에 맞고 틀림을 고르는 문제에서도 위계질서가 활용된다. 부사보다는 형용사를 먼저 점검하고, 부사(where)보다는 명사(which)를 먼저 살피는 방식이다. 특히 선택지 중에 사용되는 조건이 까다롭거나 명백하고, 제한적인 것부터 확인해야 한다. 가령 that보다는 which를 먼저 확인하고 which보다는 what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that은 관계사나 종속접속사로 두루 사용되지만, what은 반드시 선행사가 생략된 특수 상황에서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출제된 수능 어법문제에서는 사용조건이 까다로운 항목이 정답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도 기억해두기 바란다.

기영인농어학원 남용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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