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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To 김수희(47·서초구 잠원동) From 양유진(20·서초구 잠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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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서 좀 더 화려한 수식어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없네. 어렸을 때 이벤트 자주 했던 거 생각나? 귀찮아하는 남동생을 억지로 시켜서 커다란 화분을 사오기도 했고, 엄마 생신이라고 동생한테 회비를 걷기도 했었지.

 미국에서 홀로 유학생활을 하다 보니,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더 생각나. 엄마생신이라는 연락을 받고, 혹시나 우울하게 보내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어. 내가 먼저 축하해 주지 못해서 미안했었거든. 아빠랑 좋은 시간 보냈다는 엄마의 밝은 목소리에 한시름 놓았어.

 나는 그 곳에 없지만, 여기서도 나는 엄마를 느낄 수 있어. 지난 방학에 엄마가 날 보기 위해 미국으로 왔었잖아. 나는 가끔씩 밥을 먹다가도, 우리 집 마당을 가만히 응시하게 돼. 엄마가 그곳에 앉아있던 모습이 선하거든. 아침 일찍부터 도시락 싸던 모습은 물론, ‘오늘은 어디 갈까’ 고민하면서 서로 입을 옷을 챙겨주던 모습도 그리워.

 일주일간 서부 여행도 함께했지만, 낯선 곳에서의 추억보다 내 일상 속에서 엄마랑 함께 지냈던 추억들이 더 기억에 남아. 내가 늘 먹고, 자고, 행동하던 곳에 엄마가 있었기 때문일거야.

 엄마 생신을 함께 보내진 못했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우리가 함께했던 즐거운 날들을 떠올리며 엄마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길 바라. 전화 통화할 때, 마지막엔 “한국 오면 꼭 00같이하자”고 하잖아. 내가 전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한국 가면 다 하자! 한국 가기 전까지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딸로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게. 엄마의 딸로 태어난 게

너무나 행복한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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