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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방지법 받을테니 투표시간 연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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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얼굴)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31일 후보를 중도 사퇴할 경우 국고의 선거보조금을 못 받게 하자는 새누리당의 ‘먹튀방지법(정치자금법 개정안)’ 제안을 수용했다. 대신 문 후보는 이 법안을 투표시간 연장(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문 후보 측 진선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이정현 공보단장을 통해 공식 제기한 이 법안에 대해 문 후보의 결단에 따라 수용의사를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일화 훼방법(먹튀방지법)’은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 문제를 회피하다 못해 제기한 편법이지만 투표 시간 연장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야가 투표시간 연장과 먹튀방지법을 동시에 논의해 관련 법을 고치자”고 제의했었다. 문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모두 투표 마감시간을 오후 6시에서 2~3시간 연장하자고 주장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안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고 ‘먹튀방지법’이 통과되면 민주당은 150억원으로 추정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이날 오전 만 해도 민주당은 이 단장의 제안을 ‘정치적 술수’라고 비난했다. 그러다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우리 이익에 묶여 투표시간 연장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고 주장 하자 문 후보가 이를 전격 수용했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우리가 150억원을 포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받아들였다”고 했다.

문 후보의 ‘먹튀방지법’ 수용은 ‘150억원을 못 받을 일은 없을 것’이란 메시지이기도 하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민주당은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문 후보 측은 새누리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게 안 후보 측과의 단일화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후보가 강조하고 있는 ‘기득권 포기’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두 사안을 맞교환하자는 건 정략적 접근”이라며 “(이정현 단장의 제안은) 원내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도 “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는 원칙을 얘기한 것이지 연계해 처리하자는 뜻이 아니었다”며 “먹튀법은 당연히 해야 할 일로, (투표시간 연장과) 완전히 경우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며 “새누리당은 먹튀정당이냐”고 비난했다.

강인식·허진 기자

◆먹튀방지법=정치자금법은 선거자금을 국고로 보조하도록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를 ‘후보 등록날까지 후보를 추천 않거나, 정당 추천을 받은 후보자가 사퇴하면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선거에 나오지 않고 보조금을 챙기는 것을 막자는 의미에서 ‘먹튀방지법’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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