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자녀에게서 받는 한 달 용돈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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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부 안모(58·서울 목동)씨는 노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1~2년 뒤 남편이 퇴직하고 나면 당장 생활비를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안씨는 “국민연금이나 따로 들어놓은 연금보험에서 나올 돈을 합쳐봐야 80만원 정도”라며 “결국 아이에게 손을 벌리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은퇴자 절반 이상이 자녀에게서 매달 30만원 이상의 용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31일 1392명의 은퇴자를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의 54.6%(760명)가 자녀에게서 월평균 33만원의 용돈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해 393만원 정도다. ‘용돈 씀씀이’는 딸보다는 아들이 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에게 용돈을 받는 은퇴자는 한 해 용돈 중 68%(266만원)는 아들이, 32%(127만원)는 딸이 준다고 응답했다.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는 사람의 연소득은 평균 935만원(월 78만원). 지원을 받지 않는 사람(연소득 648만원, 월 54만원)에 비해 소득이 높다. 장경영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용돈을 받는 은퇴자의 수입에서 자녀 용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42%가량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는 사람의 특징도 파악됐다. 주로 여성, 배우자가 없는 경우, 독립적인 공적연금을 못 받거나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의 경우가 많았다.

 또 조사 결과 ‘독립적인 경제력’이 은퇴자 삶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수석연구원은 “특히 베이비 부머 세대(1955~63년에 태어난 세대)의 경우 자녀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노후 준비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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