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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큰손들 국내 벤처 투자 '쓴 맛'

중앙일보

입력

골드먼삭스.H&Q.히카리통신 등 내로라하는 해외 투자기관들이 국내 벤처투자에서 각각 수십억원 규모의 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의 벤처캐피털 업체인 히카리통신이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는 당초 투자가격의 10분의1~2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는 지난해 팍스넷.AI네트.리눅스원 등 3개 벤처기업에 모두 1백92억원을 투자했다.

골드먼삭스가 주당 9천원에 매입한 팍스넷 주가는 요즘 장외에서 4천원으로 곤두박질했다. 또 이 은행이 주당 8만원에 매입한 AI네트는 지난해 62억원 매출에 2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AI네트와 팍스넷은 당초 올해 코스닥시장 등록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적자를 내는 바람에 이를 포기했다.

또 H&Q가 주당 2만3천원에 모두 2백40억원을 투자한 인터넷TV 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액 8억원에 88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에 따라 올 들어서는 매수자가 없어 이 회사 주식거래도 끊겼다.

1999년 말 히카리통신은 인터넷 업체인 네띠앙 주식을 주당 3만원에 50억원어치 인수했다. 그러나 요즘 장외에서 형성된 네띠앙 주가는 인수가격의 20분의1 수준인 1천5백원선. 히카리통신은 또 지난해 4월 팍스넷을 주당 4만5천원에 모두 6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밖에 JP모건체이스의 자회사인 CCAT는 지난해 웹에이전시 업체인 홍익인터넷에 1백3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인수가격은 주당 9만원이었으나 요즘 장외가격은 6천원선이다.

이처럼 골드먼삭스와 H&Q가 벤처투자에서는 손해를 봤지만 국민은행.굿모닝증권 등 ''구경제 기업'' 에 대한 투자에서 대규모 평가이익을 거뒀다. ''신경제 투자'' 와 ''구경제 투자'' 의 명암이 엇갈린 것이다.

골드먼삭스는 99년 국민은행에 5억2천만달러를 투자해, 1일 현재 2천3백40억원의 평가이익을 올렸다. 또 98년 굿모닝증권에 4백50억원을 투자한 H&Q는 9백50억원의 주식평가이익을 거뒀다.

KTB네트웍스의 김한석 전무는 "외국 금융기관들이 비교적 냉철하게 투자결정을 내리지만, 지난해 몰아친 IT 거품(버블)의 영향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며 "올 들어 국내외 벤처캐피털들이 투자를 동결한 상태" 라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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