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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넘실대는 할리우드' 돌아온 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할리우드가 금빛 물결로 넘실거리고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약간은 '촌스러운' 느낌을 준다며 스타들이 기피하던 금발 머리가 여배우들 사이에서 다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짭잘한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리걸리 블론드(Legally Blonde)'의 개봉과 때를 같이하는 것으로 패션의 시계는 어느덧 또 한바퀴를 돌아 다시 금발의 시대가 펼쳐진 듯한 느낌이다.

금빛 할리우드에 동참하고 있는 스타들은 천연산 금발의 리즈 위더스푼부터 검은 머리를 금발로 염색한 '주라기공원3'의 테아 레오니까지 다양하다.

영화 '리걸리 블론드'로 한동안의 부진을 씻어낸 위더스푼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자연산 금발덕을 톡톡히 봤다. 미국 사회에 알게 모르게 통용되고 있는 '금발은 멍청하다'는 편견 속에서 하바드 로스쿨을 합격하고 스타 변호사로 등극하는 금발 아가씨를 그린 이 영화에는 위더스푼 개인의 경험도 상당 부분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더스푼이 이제까지 머리 색깔을 바꾼 것은 단 한번으로 98년에 찍은 작품인 '오버나잇 딜리버리(Overnight elivery)'를 위해 머리카락을 흑발로 염색한 것이 전부.

영화 '혹성탈출'에서 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수퍼모델 출신 배우 에스텔라 워렌도 자연산 금발을 자랑하고 있다. 10대 시절 싱크로나이즈 우승경력이 있는 수퍼모델 출신 배우인 워렌은 "이번 영화에 캐스팅된 것은 아마도 금발 덕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워렌의 머리를 손질하는 미용사는 "워렌이 주로 하는 이야기는 부시대통령의 교토 의정서 파기와 지구온난화 현상등으로 만만치 않은 지성을 갖추고 있다"며 '금발=멍청이'의 공식을 깨려고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 수많은 금발 여배우들이 있지만 위더스푼이나 워렌과 같은 자연산보다는 염색 머리의 금발이 대다수. 대표적인 경우가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금발 여배우 마릴린 먼로로 흑발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먼로는 누구도 '검은 머리의 먼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금빛 이미지를 남기고 갔다. 지금 미국인들이 금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의 상당부분을 먼로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영화를 찍기 위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는 경우도 상당하다. '툼 레이더스'에서 라라 크로포트로 등장한 앤젤리나 졸리는 제작중인 코미디물 '라이프, 오어 섬싱 라이크 잇(Life, Or Something Like It)'에서 마릴린 먼로의 헤어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했다. 졸리는 지난해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영화인 '걸, 인터럽티드(Girl, Interrupted)'에서도 금발로 염색하고 나와 오스카를 거머쥔 바 있어 이번에도 은근히 기대하는 듯.

눈여겨 본 팬들은 금방 알아챘겠지만 마돈나의 머리색깔도 지난해에는 검은색이었다가 올해는 금발로 바뀌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15년전 처음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을 외치며 '머티리얼 걸(Material Girl)'로서의 이미지를 한껏 내다팔 당시 마돈나는 선명한 금발이었다.

이렇게 금발이 다시 세력을 얻으면서 미국의 잡지들은 과거와 현재의 금발 여배우들을 비교하는 짓을 곧잘 한다. 몇가지 예를 보면 남자를 파멸로 빠뜨리는 치명적인 여자를 뜻하는 '펨므 파탈(Femme Fatale)'로는 과거에는 마를리니 디트리히, 현재의 배우로는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이 비교됐다.

또한 고결한 이미지의 '프린세스(Princess)' 부문에는 후에 모나코 왕비가 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와 기네스 팰트로우가 과거의 현재를 대표하는 금발로 뽑혔다. 이와 함께 성적인 매력이 가장 넘치는 금발로는 브리짓 바르도와 파멜라 앤더슨이 대비됐으며 요부의 이미지에서는 베로니카 레이크와 킴 베신저가 시대를 대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무수한 대비 가운데서도 마릴린 먼로는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는 '얼티메잇 블론드(Ultimate Blonde)'로 별도의 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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