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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상식] 썩은 채소가 환영한 이탈리아팀

중앙일보

입력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선수가 피살되고 국가간에전쟁까지 빚어지는 월드컵에서 졸전을 벌인 팀이 쥐구멍을 찾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일.

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 출전한 이탈리아는 특출난 스타플레이어는 없었지만 정예 멤버로 짜여졌기에 62년 칠레월드컵 8강진출 좌절의 아픔을 딛고 일어설 것으로대부분의 국민들은 믿고 있었다.

이탈리아가 속한 예선 4조의 상대는 칠레와 소련, 그리고 월드컵에 처녀 출전한북한. 칠레를 2-0으로 가볍게 꺾고 기세를 올리며 조2위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던 이탈리아는 그러나 소련에 0-1로 패하더니 북한에 다시 0-1로 무릎꿇으면서 조3위에그쳐 8강진출에 실패했다.

국내 여론이 들끓은 것은 불보듯 뻔한 일. 국민들의 원성이 대단하다는 소식을 접한 선수단은 당초 한낮에 로마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제노바공항을 통해 새벽에 몰래 입국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이런 책략은 쉽게 들통나는 법. 공항에 내린 선수단은 산더미처럼 쌓인썩은 채소더미에서 풍겨나는 악취를 맡으며 8강탈락의 아픔을 곱씹어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익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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