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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 급감… 내수마저 죽일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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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첫 달인 7월 수출이 최악의 실적을 보임에 따라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수출 목표를 지난해(1천7백23억달러)수준인 1천7백30억달러로 낮춰 잡았지만 현 추세로 볼 때 올해 수출은 지난해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2.8%)을 제외하곤 60년대 이후 한번도 없었다.

이와 관련, 장재식(張在植)산업자원부 장관은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4분기에도 수출이 기대만큼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고했고, 金대통령은 오는 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경제장관 간담회를 주재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동철 경제동향실장은 "연간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그나마 미미하게 늘던 내수도 위축될 가능성이 커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 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컴퓨터 수출 부진이 가장 큰 문제=지난해 7월 24억달러였던 반도체 수출은 단가 하락으로 올 7월 9억달러로, 컴퓨터는 12억달러에서 7억5천만달러로 줄었다.

두 품목은 7월 수출 감소분(28억9천만달러)중 63%를 차지했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일본.유럽연합 등 세계시장의 위축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그 여파로 경쟁국인 일본.대만.중국 등도 수출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중남미.중동 등 이른바 3중(中)시장 개척도 신통치 않아 7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0.6%, 대중동 수출은 20.9% 감소했다.

◇ 4분기 전망도 불투명=지난해 3분기 수출은 반도체 가격 강세 등으로 26.5%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현 수출 여건을 볼 때 9월까지는 마이너스 증가율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4분기에도 본격적인 수출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센터장은 "4분기에 미국 경기가 좋아져도 우리의 주력 수출 분야인 정보기술(IT)경기 회복은 내년 이후로 늦춰질 전망" 이라며 "4분기에도 수출이 크게 늘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박중구 경제동향실장은 "우리나라는 산업구조상 수출이 줄어들면 3개월 앞서 수입이 먼저 감소하고, 수출이 늘어날 경우 3개월 앞서 수입이 증가하곤 한다" 며 "현 수입 상황을 볼 때 4분기에 수출이 늘어나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고 분석했다.

◇ 수입 감소도 큰 걱정=수입이 넉달째 내리 두자릿수 감소함에 따라 올해 연간 수입증가율도 마이너스 기록이 확실시된다.

특히 올 1~7월 실적을 보면 소비재(4.9%)는 수입이 증가한 반면, 원자재(-3.8%)와 자본재(-17.4%)수입은 줄었다. 이는 생산과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향후 경쟁력의 발판이 되는 설비투자용 자본재 수입이 격감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박사는 "정부가 각종 투자 촉진책을 내놓기는 하지만 경기 예측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며 "설비투자를 주도해온 IT분야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 증가세로 반전되기는 힘들 것" 이라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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