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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악의 수출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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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뒷걸음질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발표되는 지표들마다 우울한 소식 일색이다.

6월 산업생산이 32개월 만에 마이너스 증가율(- 2.7%)을 기록했다는 발표를 접한 게 엊그제인데 이번에는 7월 수출이 사상 최악의 감소폭을 보였다는 집계가 나왔다. 주요 상장사들이 내년에도 투자를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는 조사결과도 제시됐다.

이런 지표들을 보며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국 경제가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 위축이 거듭되면서 파이 자체가 쪼그라드는 이른바 축소균형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다. 수출과 투자가 줄고, 이에 따라 산업생산이 감소하는 패턴은 축소균형으로 가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수출입을 합친 대외무역이 국내총생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에서 특히 무역의 위축이 주는 충격은 크다.

올 들어 7월까지 수출입 누계는 지난해에 비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에 해외 경기가 바짝 살아나지 않는 한 연간으로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내수는 그런 대로 살아있어 4년 전의 외환위기 같은 돌발상황만 없다면 경제성장률 자체가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3%대거나 잘해야 4%대에 턱걸이할 전망이다.

이 경우 우리 경제가 물가압박 없이 실력껏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을 가리키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경제위축은 어쩔 수 없이 대량실업과 부도사태를 낳고, 이로 인해 성장기반이 잠식돼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누차 지적했듯 우리는 경제를 둘러싼 의도적인 낙관론이나 지나친 비관론을 모두 경계하고자 한다. 그동안 정부가 고집한 낙관론은 급격한 수요위축을 방지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지나친 비관론 역시 경제를 실제 이상으로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경제가 축소균형의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능동적인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특히 수출회복을 위해 반도체 위주의 품목이나 시장구성을 다변화하고, 기능 다양화.고급화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플랜트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거시경제를 책임진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물론 현재 정부가 쓸 수 있는 단기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한계는 있다.

실제로 수출을 늘리자고 과거처럼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금융특혜를 줄 수는 없다.

투자나 주식시장을 부추겨 보려는 저금리정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내수기반마저 붕괴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재정이 경기안정장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꾸준한 구조조정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장기 과제 역시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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