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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금융산업 기상도] ② 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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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보험업계의 최대 화두는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 판매)다.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방카슈랑스는 보험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고객들이 은행 창구에서 예.적금에 가입하듯 보험을 들 수 있어 주로 보험설계사 등을 통해 상품을 팔아온 기존 영업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직적인 판매망을 갖추지 못한 외국계나 군소 보험사들엔 기회가, 대형 국내 보험사들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맞물려 생보업계는 특히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빅3 간의 시장 쟁탈전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영보험사였던 대한생명이 지난해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공격적 경영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방카슈랑스와 업계 경쟁으로 보험시장의 '파이'는 올해에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보험개발원은 올해 보험사들의 보험료 수입이 73조9천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방카슈랑스의 파장=고객들에겐 우선 선택의 폭이 늘어날 것이다. 은행이 보험사들과 짝짓기를 통해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팔기 때문에 예.적금과 보험의 특성을 결합한 신종 금융상품 개발이 많아지게 된다. 대신 은행 간 유치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출 때 보험가입을 강요하는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보험사별 득실도 달라진다. 은행 판매망을 활용하는 것은 이득이지만 대신 은행에 판매 수수료를 줘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또 속칭 '보험아줌마'들은 입지가 줄게 된다.

상대적으로 영업력이 약한 외국계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를 크게 반기고 있는 반면 영업력이 좋은 국내 대형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활발한 짝짓기=상당수 외국계 보험사들은 이미 은행들과 방카슈랑스를 위한 짝짓기를 마친 상태다. 신한금융그룹은 프랑스 카디프생명과 1백50억원씩을 내 방카슈랑스 자회사인 SH&C생명을 설립했다.

하나은행은 독일 알리안츠생명의 자회사인 프랑스생명의 지분 50%를 사들였다. 국민은행은 네덜란드 ING생명과 제휴에 합의했다. 국내 보험사 중에는 동양생명-기업은행, 삼성생명-대구은행, 삼성화재-우리은행 등이 방카슈랑스 제휴를 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는 한 은행이 하나의 보험사와만 제휴하는 것은 불허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방카슈랑스 제휴는 여러 은행과 보험사가 복잡하게 얽히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강호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은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은행.보험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외국계 보험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보험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도 차별화=종신.연금.건강 등 주요 생명보험 상품의 보험료가 조정된다. 평균 수명이 높아지면서 사망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의 보험료는 떨어지고 노후 생활자금을 지급하는 연금보험의 보험료는 올라간다.

건강보험의 경우 암 관련 상품의 보험료는 인상되고 일반 질병 관련 상품의 보험료는 인하된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미 지난해 말 보험료를 조정했으며 상당수 보험사가 늦어도 오는 3월까지 보험료를 조정할 계획이다.

◇대한생명 행보=생보업계 '빅3' 중 하나인 대생은 현재 28조원인 자산 규모를 3년 안에 45조원까지 늘리겠다며 공격적인 경영을 선언했다. 시장 점유율을 대폭 높이겠다는 의미다. 실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이나 치열한 국내시장 쟁탈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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