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경제 왜 휘청거리나] 강국도 기력잃어

중앙일보

입력

미국 ·일본 ·독일, 이른바 세계 경제의 `빅3` 가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신경제의 심볼로 통하던 정보기술(IT)분야가 주저앉으면서 후퇴하기 시작한 것이 거듭된 금리인하 조치에도 약발을 못받고 있다.

10년 불황의 늪을 탈출하는가 싶던 일본 경제도 엄청난 금융권 부실채권과 재정적자에 치여 다시 탄력을 잃고 있다.산업생산은 넉달째 감소하는 가운데 실업률은 9.3%에 이른 것이 독일 경제의 현주소다.

◇ 둔화국면 길어지는 미국 경제=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해 좀더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 " 지난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이 의회 증언은 혹시나 하며 기대를 하고 있던 월가를 흔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올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율)을 0.9%로 전망한 것은 그 연장선상의 일이다. 1분기의 1.2%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산업생산도 지난달 0.7% 줄었다. 제조업 가동률은 1983년 8월 이후 최저인 77%로 밀렸다.

돌아가는 상황이 영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FRB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2.5%에서 1.25~2%로 낮췄다. 실업률은 기업들의 대량 해고가 이어지면서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4.75~5.15%로 예상되고 있다.

미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IT산업이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었는데, 미국의 감소율은 6.1%에 달했다. PC 출하량 감소는 15년 만에 처음이다.

◇ 10년 불황 이어지는 일본 경제=23일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지수는 85년 이후 가장 낮은 11, 600엔선에 겨우 턱걸이했다. 일본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인 부실 채권 문제가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도 나아질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성장률은 -0.2%를 기록한 바 있다.

모든 경제활동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는 지난 5월 30%에 그쳤다.

일본 정부는 일본 15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 채권 규모가 은행들의 공식 발표 액수보다 25% 많은 18조엔에 이른다고 최근 밝혔다.

든든한 버팀목으로 불려온 수출도 예전같지 않다. 상반기 무역흑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감소한 3조1천9백96엔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경제학자들의 말을 인용, 일본이 5년 안에 무역적자국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 유럽 경제의 엔진도 식나=독일은 고유가와 광우병 파동으로 물가가 뛰면서 내수마저 위축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 통계청이 발표한 독일의 지난 5월 산업생산(건설업 제외)은 한달 전보다 1.2% 줄었다.

유로권(유로 12개 회원국)전체적으로는 0.1% 감소를 기록했다. 독일의 부진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심각하다는 얘기다. 소매 판매는 지난 5월 2.3%(전년 동기 대비)줄었다. 수출증가율은 지난 4월 16.7%(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으나 5월에는 4.8%로 뚝 떨어졌다.

실업자수도 지난달까지 여섯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3백85만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과 독일의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을 1% 남짓으로 보고 있다.

◇ 언제쯤 나아지나=다들 미국 경기 회복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 행정부는 금리 인하와 감세정책의 효과가 곧 단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연말께가 되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부실 채권 정리와 기업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경기가 연말이나 내년부터 살아나면 세계 경제 회복에 일본이 더 이상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재홍.홍수현 기자, 프랑크푸르트=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