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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예산 넉달째 묶고, 의정비 꼭꼭 타가는 성남시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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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도 성남시 의회가 4개월째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의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으로 의회 기능이 마비되는 바람에 저소득층 생계비 지급에 차질을 빚는 등 주민 피해가 심각하다.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여수동의 성남시 의회 청사. 1층의 크고 작은 세미나실과 2층의 본회의장은 모두 굳게 문이 잠겨 있었다. 3층 본회의장 방청석 입구에는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적힌 통제선이 불 꺼진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었다.

 의원 개인 사무실이 있는 4~6층은 더 적막했다. 34개 의원 사무실 가운데 13개만 문이 열려 있었다. 의회사무국도 한산했다. 직원들 책상에는 시에서 제출한 조례안과 예산안 등 안건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의회사무국 직원은 “의회가 휴업 상태여서 사무국 직원들이 딱히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 의회는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로 바쁠 시기다. 하지만 7월 1일 개원 이후 4개월간 본회의가 열린 날은 이틀뿐이다. 나머지는 출석 미달로 회의 시작도 못해 보고 법정 회의일수만 낭비하고 있다.

 7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12차례의 본회의 일정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10차례는 정족수(34명 중 18명) 미달로 회의를 열지 못했다. 의회 과반수(19명)를 차지하는 새누리당이 출석 거부를 당론으로 정한 탓이다. 새누리당은 아홉 차례 회의에 매번 단 한 명만 출석했다. 새누리당은 7월 초 자신들이 정한 의장 단독 후보가 떨어지고 같은 당에서 독자 출마한 후보(최윤길 의장)가 당선되자 “민주당과 야합한 결과”라며 등원을 거부했다.

 시의회 기능이 마비되자 시민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이달 안에 기초생활보장급여 추가분 122억원을 편성하지 못하면 저소득층 생계비 지급이 중단된다. 국·도비 594억원을 받은 영·유아 보육료도 시 부담금 101억원을 추가예산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분당구는 다음 달부터 영·유아 보육료를 주지 못할 처지다. 만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는 기초노령연금도 대상자 증가분 5억5000만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택시 3533대에 지급해야 할 카드결제 수수료 지원금 2억8000만원(6~12월분)은 넉 달째 묶여 있다.

 또 국토해양부의 그린벨트 여가녹지사업에 선정된 시민 캠핑숲 조성사업은 국비 5억원을 받고도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기금 10억원을 받아 건립하는 분당구 수내동 국민체육센터는 올해 안에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면 반납해야 한다.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은 “남은 법정 회기 15일 동안 지난해 결산검사와 올해·내년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조례안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아직도 의회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최 의장을 제외한 시의원들은 넉 달 동안 1인당 1500여만원의 의정비(매월 398만원)를 받았다. 새누리당 이영희 대표는 “등원을 하려면 최윤길 의장의 퇴진과 파행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 등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우리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등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남=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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