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213> 세계 각국 분리주의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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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에스더 기자

재정 위기를 틈타 유럽에서 분리독립운동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스페인의 카탈루냐, 벨기에 플랑드르 등입니다. 어려운 시기 자신들의 세금이 더 못사는 지역으로 새나가지 않게 막겠다는 현실적 계산도 작용한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분리독립하려는 티베트의 격렬한 저항은 반세기를 넘기고 있습니다. 분리주의 운동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촌 곳곳을 찾아봅니다.

이에스더 기자

영국 스코틀랜드, 300년 만의 독립 국민투표

지난달 1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초대형 카탈루냐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모인 시위 참가자는 150만 명에 이르렀다. [바르셀로나 AP=연합뉴스]

지난 15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엘릭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총리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실시안에 서명했다. 분리독립 투표는 2014년 가을에 실시된다. 유권자는 스코틀랜드 지역에 거주하는 16세 이상. 투표는 ‘스코틀랜드가 영국의 일부로 남아야 하는가’라는 문항에 찬성 혹은 반대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레이트브리튼 섬 북부에 자리한 스코틀랜드는 영국(United Kingdom) 소속이지만 외교·국방 외에 사법과 보건·교육 등 내정 담당 자치 의회를 따로 두고 있다. 영어 외에 게일어와 스코트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영국을 구성하는 다른 왕국(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과 문화적으로 거리가 있다. 스코틀랜드 왕국은 13세기 이후 잉글랜드에 계속 대항해왔다. 명예혁명 후인 1707년 양국 의회가 통합되면서 연합왕국을 형성하게 됐다. 스코틀랜드의 귀족 16명이 런던의 상원 의석을 차지하는 원칙도 이때 생겼다. 오랜 항쟁의 역사만큼 잉글랜드에 대한 스코틀랜드인의 앙금은 뿌리 깊다. 연합왕국 형성 이후 스코틀랜드는 상공업이 발달한 글래스고를 중심으로 크게 발전했다. 최근에는 북해 유전과 조선 산업으로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1인당 GDP가 4만3492달러(2010년)로 영국 전체 1인당 GDP보다 약 1만 달러 더 많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에 비해 복지 혜택에서는 잉글랜드에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지난해 5월 치른 선거에서 독립 지지세력인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독립 절차가 시작됐다.

스페인 카탈루냐, “중앙정부가 돈 안 대주면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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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의 최근 독립 요구 움직임 배경엔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세금을 뜯기느니 독립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스페인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부자 동네’ 카탈루냐는 중앙정부에서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걷어가는 과도한 세금으로 인해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 재정적자는 400억 유로(약 57조4000억원)에 이르렀고, 지난 8월 부채 일부라도 청산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50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카탈루냐의 요구를 거절했다. 결국 지난달 11일 카탈루냐 중심지 바르셀로나에선 150만 명이 모여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날 모인 참가자들은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빨간색 줄무늬 깃발을 흔들며 분리독립을 외쳤다.

 카탈루냐의 요구는 구제 금융에 그치지 않는다.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주지사)은 최근 중앙정부에 ”카탈루냐가 다른 주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재정 협상에 실패하면 남은 길은 독립 뿐”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영국 BBC에 따르면 카탈루냐는 매년 GDP의 10%에 해당하는 170억 유로를 중앙정부에 납부해 가난한 다른 지방정부를 도왔다. 하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상황이 변했다. 정부에 낼 세금을 맞추기 위해 정부에 손을 벌리게 된 것이다. 현재 채무액은 총생산 대비 21% 수준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독립 요구는 한층 거세졌다. 2010년 25.2%이던 분리독립 지지자가 2년 만에 51.1%로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월 25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때 카탈루냐 독립 문제를 놓고 주민 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주민 투표가 가결되더라도 중앙정부 승인 없이는 분리독립은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에 내는 세금은 줄어들 수 있다. F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가드너는 “스페인 재정위기가 이제 나라의 운명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분석했다.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선거서 분리주의 정당 압승

지난달 18일 인도 뉴델리에서 티베트 망명자들이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델리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본부가 자리한 벨기에에서도 분리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14일 치러진 벨기에 지방선거에서 북부 플랑드르 지역의 분리독립을 추진해온 ‘새 플랑드르 연대(NVA)’가 압승을 거뒀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부 플랑드르와 프랑스어권인 남부의 왈롱,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함께 쓰는 특별 지역인 수도 브뤼셀, 독일어 지역인 남동부 지역으로 나뉜다. 공업·상업 중심지로 부유한 플랑드르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왈롱과 계속 대립해왔다. 인구 1100만 명 가운데 플랑드르계는 58%(600만), 왈롱계는 31%다. 문화·민족적으로 이질적인 두 지역으로 구성된 탓에 벨기에는 서유럽에서 지역 갈등의 골이 가장 깊은 나라로 꼽힌다.

 플랑드르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된 데도 재정위기 영향이 크다. NVA는 2007년 선거 때도 ‘플랑드르의 분리독립을 국민 투표에 부치겠다’는 공약을 냈다. 그때는 지지율이 미미했다. 하지만 재정위기 이후 이번 총선에선 30%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며 승리했다.

 NVA의 바르트 드 베버 대표는 선거 승리 직후 “매년 플랑드르 지역에서 거둬들인 60억 유로(약 8조6000억원)의 세금이 남부 지역으로 흘러간다”며 “과세권을 쥔 중앙정부와 프랑코폰(프랑스어권)에 재정자율권을 요구한다”고 선언했다. NVA는 중앙정부에 과세권과 경제 정책 수립권 등 자치권의 대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자치권을 확보한 뒤 독립의 길을 가겠다는 구상이다.

캐나다 퀘벡, 분리주의 정당 집권

지난달 4일 캐나다 퀘벡주 의회 선거에서 퀘벡의 분리독립을 강령으로 내세워 온 퀘벡당(PQ)이 31.9%의 지지를 얻어 9년간 집권해온 자유당을 제쳤다. 폴린 마르와 PQ 당수는 여성으로서는 처음 퀘벡주 총리 자리에 올랐다. 퀘벡당이 집권함에 따라 분리독립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퀘벡은 17세기 초 프랑스인들이 정착하고 개발한 지역이다. 캐나다의 10개 주 가운데 면적이 가장 크고 국내총생산(GDP)도 캐나다 전체의 20%다. 프랑스계 주민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퀘벡은 프랑스 문화권으로 다른 지역과 민족·문화적 이질감이 심하다. 영국 식민지배를 받는 동안 차별을 받았다는 피해의식도 남아있다. 1976년엔 프랑스어를 퀘벡의 유일한 공식 언어로 채택했다. 캐나다 연방의 공식 언어인 영어는 퀘벡에선 공용어로 쓰인다. 퀘벡에선 80년과 95년 연방정부로부터 분리독립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두 차례 실시됐다. 95년 투표에선 1.2%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PQ당의 재집권에 따라 조만간 주민투표가 다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립을 반대하는 다른 지역의 반발도 크다. 선거 다음날인 지난달 5일 마르와 당수가 몬트리올 시내의 한 극장에서 승리 선언 연설을 하는 자리에 괴한이 난입해 총기 테러를 가했다. 마르와는 화를 면했지만 현장에서 1명이 숨졌다. 퀘벡의 분리독립 반대주의자로 알려진 용의자는 당시 “잉글리시(캐나다 내 영어권 국민)가 일어나고 있다”고 외쳤다고 알려졌다.

중국 티베트, 독립 운동 현재진행형

중국의 티베트 지배에 반대하는 독립 운동은 반세기 넘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7일 쓰촨(四川)성 간쯔(甘孜)자치구의 한 초등학교에 게양돼 있던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티베트기인 설산사자(雪山獅子)기로 바뀌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변에는 티베트 자유를 요구하는 전단이 흩뿌려져 있었다. 이 학교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 2월 4일에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2009년 이후 최근까지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며 분신한 티베트인의 수가 50명을 넘어섰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기슭 다람살라에 자리한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이 티베트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망명정부는 달라이라마를 중심으로 행정·사법·입법부로 구성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립을 유지한 티베트는 종전 이후에도 독립 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중국 대륙 전역을 장악한 중공군에 1950년 9월 점령당한 뒤 지금까지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 티베트인들은 격렬한 독립 운동을 벌여왔지만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51년 중국의 종주권과 티베트의 자치권을 서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평화협정이 체결됐다. 망명정부는 이 협정에 대해 중국의 강요에 의해 강제로 체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65년 중국 정부는 티베트를 자치구로 만들어 시짱(西藏)자치구라 부르고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에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시도를 철저하게 막고 있다.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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