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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총회] IOC, 개혁 가능한가

중앙일보

입력

'미스터 클린(clean)'으로 불리는 자크 로게(벨기에)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8대 위원장에 선출됨에 따라 21세기 올림픽이과연 축소지향의 순수한 스포츠 제전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위원장과 유럽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신임 IOC 위원장이 된 로게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올림픽 규모 축소와 인간성 회복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로게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최근 올림픽이 지나치게 거대화돼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로게는 총 35개에 이르는 올림픽 경기종목을 축소시켜 참여인원을 대폭 줄이고 올림픽 개최에 따른 비용도 대폭 감소시켜 순수한 스포츠 이념을 되살려세계 평화증대와 청소년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 그러나 로게 신임 위원장의 이같은 방침은 적지않은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당장 퇴출 위기에 놓인 국제경기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20세기 후반 거대화, 상업화의 물결속에 향응과 사치문화에 익숙한 IOC 관계자들이 쉽사리 수긍할 수 있겠느냐는 것. 로게는 사마란치의 후광과 유럽국가올림픽연합회(EOC) 회장이라는 직함을 십분활용해 올림픽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5개 대륙으로부터 보편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99년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로 김운용 회장과 딕 파운드(캐나다)의 지지기반이 약해진 틈을 타 급부상한 로게는 전임 사마란치 위원장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도 겸비하지 못한 상태다.

오히려 100년이 넘는 역사동안 백인들만이 IOC 위원장을 독식하면서 지나치게유럽 중심적인 가치관으로 미주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로부터 편협하다는 지적을받을 수도 있다.

김운용 회장과 딕 파운드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사이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칭으로 혜성처럼 떠오른 로게가 과연 상업주의의 단맛에 길들여져 있는 올림픽을 자신의 공약대로 소규모, 저비용의 순수한 아마추어 스포츠축제로되돌릴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모스크바=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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