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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디자이너 김예진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영화 포스터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역할이 90%라면 나머지 10%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그러나 9대 1이라는 수치는 역시 단순한 산술의 문제.

'최소량의 법칙' 은 생물학뿐 아니라 예술에도 통한다. 10%가 엉망인 '작품의 완성도' 란 어차피 기대할 수 없다.

요즘 잘나가는 포스터 사진작가 강영호씨는 디자이너 김혜진(30) 씨의 '공덕' 을 꼭 생각해야한다.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1995년 디자인회사 '꽃피는 봄이 오면' (꽃봄) 을 설립, 그 해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 해외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영화 포스터 본격 데뷔작은 지난해 화제작 '박하사탕' . 이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시월애' '파이란' '수취인 불명' 등의 포스터 디자인을 맡아 실력을 과시했다.

" '박하사탕' 을 빼고는 대부분 강영호씨와 함께 작업했지요. 두 사람의 문화적 코드가 웬지 일치한다고 할까요. 서로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한두마디로 의사소통이 됩니다. "

요즘은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 ,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스' '흑수선' 등을 준비중이다.

"포스터 디자이너는 영화와 관련한 대부분의 홍보물 디자인을 책임집니다. 시나리오 표지부터 영화 제목 로고, 보도자료, 홍보용 전단, 엽서 등 홍보물, 신문 광고, 해외 홍보 자료까지.

포스터 사진 작가가 보통 2~3일의 작업으로 끝나는 반면 디자이너는 짧아야 6개월, 보통 1년 가까이 작업을 하게 됩니다. "

디자이너 역시 시나리오 단계에서 영화제작사와 협의해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 어떤 사진 작가와 일할지도 이 단계에서 결정된다. 포스터와 신문 광고 등에 사용하는 카피는 전문 카피라이터나 영화사 전속 카피라이터가 디자이너와 상의해 만든다.

김씨는 영화 포스터 외에 가요 앨범 재킷과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 재킷, 회사 로고.CF 디자인 등을 병행하고 있다.

이문세의 앨범 '솔로예찬' , 곧 나올 김진표 독집 앨범, 굿모닝증권 회사로고 등이 그녀의 작품이다.

"아무래도 영화 포스터 작업이 제일 재미있고 보람도 있지요. 한 시즌이 끝나면 사라지는 광고와 달리 영화 포스터는 오래 남는 거고 '이건 내 작품이다' 는 생각이 들거든요. "

"영화 포스터 하나에 10억원 넘는 돈을 들이고 1년 동안 작업하는 할리우드와, 한국영화계는 조건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는 김씨는 "영화 포스터는 무엇보다 영화의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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