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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집구하기 어디가 좋을까

중앙일보

입력

올 초 결혼한 김지원(29)씨는 비교적 전세가 저렴한 지역만을 찾다 상계동에 신혼집을 구했다. 여의도 직장까지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이 훌쩍 넘는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만원 지하철에 환승한 후에야 회사에 도착한다. 출근하면 이미 몸은 녹초가 돼 있다. 김씨처럼 신혼집을 구할 때 어느 한 가지만 따지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만큼 교통·편의시설·전세가격·교육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골고루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을 두루 만족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결과 역세권 중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주거환경이 좋은 8개 지역을 모았다. 이와 함께 집을 구할 때 살펴야 할 요소들도 함께 소개한다.

지역 선택 - 신혼 전셋집을 마련할 때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고종완 원장은 “신혼 전셋집이 평생 거주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 어디에 살 것인지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해양부의 2010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주택에 거주한 평균 기간은 7.87년에 이른다. 특히 자녀가 생기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이사는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신혼부부는 최장 4년 이상을 내다보고 거주지를 골라야 한다.

고려해야 할 요소는 전세 가격과 교통, 편의시설, 주거환경 등이다. 이 때 재개발·재건축이 예정된 ‘뉴타운’ 지역은 주의해야 한다. 현재 시세는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지만 본격적으로 대규모 이주가 시작되면 전세가가 20~30%상승한다. 가격 상승을 못 이겨 이사 가게 될 확률이 높다.

반대로 대규모 물량 공급이 예정된 지역은 눈여겨볼 틈새시장이다.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실장은 “전세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신혼부부라면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새 아파트 입주를 고려해보라”고 전했다. 이달 입주가 시작되는 고양 삼송동 호반베르디움은 총 1426가구의 중소형 위주 대단지다. 12월 1024가구 입주 예정인 같은 동 삼송·계룡리슈빌도 있다. 입주개시 전에 발 빠르게 움직이면 깨끗하고 저렴한 매물을 구할 수 있고, 입주와 동시에 인근지역의 전세가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지역을 중요시 한다면 거주형태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신축 등으로 공급량이 늘어난 연립과 다세대주택은 아파트보다 저렴하다. 신축중에 미리 계약하면 보다 싸게 얻을 수 있다. 주거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지도 염두에 둔다. 창동은 컨벤션·교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기반 시설과 편의 시설이 확충 될 지역이다. 이사철을 피해 3~4개월 전에 구하는 것도 묘안이다. 봄·가을은 이사철과 결혼 시즌이 맞물려 전세값이 평소보다 오르기 때문이다.

교통 - 신혼부부들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교통’이다. KB국민은행 박합수 팀장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만큼 교통의 편리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지하철역을 따라 움직이라”고 조언했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쉽게 지치고 생활비 부담이 높아진다. 환승역이 있는 더블·트리블 역세권은 교통의 요지다.

왕십리·마장 지역은 지하철2·5호선과 중앙선, 분당선 등을 이용할 수 있어 도심과 강남접근성이 뛰어나다. 특히 선릉에서 왕십리까지 이어지는 분당선 연장선이 개통함에 따라 강남 진입이 10분대로 단축됐다. 사당·남성과 상계·노원, 홍제·녹번·불광 지역도 강남 접근성이 좋다. 사당은 2·4호선의 더블 역세권인데다 남성역 인근까지 고려하면 7호선까지 이용할 수 있다. 근접한 방배동에 비해 전세 값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홍제·녹번·불광 지역은 3호선을 이용해 압구정 등 강남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특히 이지역은 전통적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할 수 있다. 신내동은 6호선 봉화산역을 기본으로 인근에 7호선 중화역이 있다. 고양 행신 지역도 빠트릴 수 없다. 박 팀장은 “경의선이 올해 말 공덕역까지 연장 개통될 예정인만큼 도심 접근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서에서 강남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9호선 라인도 추천한다. 9호선이 여의도와 강남까지 이어져 편리하다.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면 차량 접근성도 양호한 편이다. 단, 급행을 이용할 수 있는 염창 지역은 몇 년 사이 집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비교적 가격 상승폭이 적은 등촌·가양 지역을 살펴볼만하다.

교육 - 교통 여건 다음으로 살펴야 할 것은 ‘교육’이다. 신혼부부들이 결혼 이후 겪게 될 큰 변화는 ‘자녀 출산’이다. 그런 면에서 신혼부부는 아이 교육을 염두하고 신혼집을 골라야 한다. 더군다나 맞벌이가 늘면서 아이 양육이 부부에게 부담이다. ‘구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면 아이가 태어나는 즉시 줄을 서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따라서 신혼부부는 학군을 고려하기보다는 주변에 어린이집이 많은지를 살피는 게 맞다.

시에서 운영하는 보육포털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거주를 희망하는 지역의 어린이집을 검색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공립·민간·부모 협동·영아전담시설·시간 연장 등 조건에 맞춰 알아볼 수 있다. 고양 행신동에는 148개, 화정동에는 105개의 어린이집이 있다. 이중 영유아전담시설이 행신동에는 6개, 화정동에는 8개가 있다. 또한 상계·노원 지역도 주목할 만하다. 상계동에만 256개, 중계동에는 94개의 어린이집이 밀집해있다. 학원가가 발달돼 있어 교육 시장에서도 가치 있는 지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양가의 부모님이 자녀를 돌봐줄 수 있다면 시댁이나 처가 근처도 추천한다.

주거환경·편의시설 - 마지막으로 주변 환경이 쾌적한 지, 마트·쇼핑몰·병원 등의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는 지도 검토한다.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백화점·대형마트 등 편의시설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평일에 쇼핑이 어렵다. 따라서 집 근처에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면 장을 보거나 쇼핑할 때 편리하다. 문래·양평은 영등포 롯데·신세계백화점과 타임스퀘어, 코스트코 등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인근 목동의 현대·행복한백화점까지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주택가에서 성범죄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방범이나 보안도 따져봐야 한다. 외지고 어두컴컴한 지역은 피한다. 만약 방범이 취약하다면 개인적으로 방범업체에 가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함께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공원, 운동시설 등이 있는지도 살핀다.

<송정·강미숙 기자 asitwe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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