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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학생만으로 댄스팀 구성 “한국 사랑 춤으로 담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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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과 일본이 더욱 가까워지길 희망하는 이들이 있다. 선문대학교 댄스동아리 선문알파예술협회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2008년 결성된 이 동아리는 댄스팀원 56명과 의상, 소품 팀원 45명을 합쳐 모두 100여 명의 일본인으로 구성됐다. 댄스 동아리 소속이긴 하지만 어려서부터 춤을 추거나 전문적으로 배운 팀원들은 없다. 한국에서 처음 춤을 접했고 안무에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연습해왔다. 이달 7일 천안에서 열린 ‘흥타령 축제’ 춤 페스티벌 일반부 경연대회에서 ‘대상’이라는 결과는 이들의 노력을 입증한다.

선문알파예술협회 회원들이 7일 열린 흥타령축제 일반부 댄스페스티벌 무대에서 태극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선문대]

태극기 퍼포먼스, 일본 북으로 K-POP 연주

“2006년 처음 한국으로 왔어요. 한국 친구들을 만나면서 ‘리크리에이션’이라는 댄스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죠. 그러다 일본 유학생들이 속해 있던 선문알파예술협회를 알죠. 그들이 2009년 흥타령 축제에 참가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가입하게 됐어요.” 현재 선문알파예술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즈키젠죠(26)의 얘기다. 스즈키는 한국 친구들과 춤을 추면서 단합이 되는 것을 느꼈고 친구들과 한국에 대한 고마움을 춤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원래 제 조국인 일본을 싫어했어요. 근데 한국 친구들이 애국심이 강한 것을 보고 저도 제 나라 일본을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고 이런 마음을 갖게 해준 한국에 고마움을 느꼈죠.”

 스즈키는 올해 흥타령 축제를 준비하면서 천안의 상징인 비둘기를 춤(팝핀)으로 승화시켰다. 소품 팀에 의뢰해 특산품인 호두과자와 포도 등을 준비하고 안무에 이용하기도 했다. 또한 마무리는 태극기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객과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팀원들과 안무를 짤 때 가장 중요시 생각한 게 일본인이지만 한국을 진정으로 고마워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자는 취지였어요. 결과가 좋게 나와 너무 뿌듯합니다.”

 스즈키는 내년 졸업과 동시에 일본으로 돌아가지만 “한국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부회장을 맡고 있는 후지와라타쿠야(26)는 이 동아리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담당하고 있다. 그 역시 이곳 한국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브레이크 댄스를 접하게 됐다. 올해 초 선문대를 휴학하고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후지와라는 자신의 동아리가 흥타령축제에 참가한 소식을 듣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춤이 좋은 것보다 한국이 너무 좋았어요. 요즘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정치적인 문제로 조금 틀어졌는데 저희가 많은 이들 앞에서 한국을 알리는 춤을 선보인다면 이미지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난달 한국에 온 후지와라는 매일 12시간이 넘도록 연습에 매진했다. 브레이크 댄스는 다른 댄스와 달리 유연한 동작과 체력을 동시에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된 노력이 필요했다.

 “저는 수업이 없었으니까 혼자 연습실에 살다시피 했죠. 힘들었지만 저희 무대를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후지와라는 이달 안으로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리고 내년 봄에 복학을 위해 돌아올 예정이다.

 후쿠이나오(24·여)는 이번 흥타령축제에서 춤을 추는 동시에 일본 전통 북으로 K-POP을 연주하기도 했다.

 “한국의 음악을 일본 전통악기로 연주했다는 자부심에 뿌듯했어요. 4학년인데 잊지 못한 추억이 된 것 같고 앞으로도 한국을 알리는데 힘을 기울이고 싶어요.”

 영상 담당 스텝으로 축제에 참가한 무리카이 하나(24·여). 무리카이 역시 이번 축제에서 느낀 점이 많다고 했다.

 “이번 축제를 통해 일본 젊은 사람들 중에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줬음 좋겠어요. 비록 전 춤을 추진 않았지만 팀원들과 관객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우리는 ‘친구’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죠.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꼭 참가할 예정입니다.”

대회 상금 전액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

선문알파예술협회 회원들이 한복을 입은채 댄스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노력 끝에 축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들은 상금으로 받은 1000여 만원을 모두 학교에 기부했다.

“흥타령 축제라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학교 측에 감사의 뜻으로 상금을 기부했어요. 팀원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스즈키 회장은 상금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부터 이들에겐 상금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국에서 참여한 총 214개 팀 5000여 명의 춤꾼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꺼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무대에서 표현한 저희의 마음만 관객들이 알아줬음 하는 바람뿐이었어요. 우승 상금은 학교에서 요긴한 곳에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후지와라 부회장 역시 상금에 대한 욕심은 없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선문대학교 관계자는 “이번 발전 기금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여질 것”이라며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을 사랑하고 학교를 아끼는 마음이 너무 기특하다”고 흐뭇해했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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