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은 어떤 수법으로 도핑 검사를 통과했을까. 그는 10여 년의 선수생활 중 검사에서 실격된 일이 한 번도 없다. 지난 11일 미국 반도핑기구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그와 그의 팀이 “사이클 역사상 가장 교묘하고 전문적이고 성공적으로 금지약물을 썼다”고 밝혔다. 12일 과학뉴스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는 보고서에 나타난 수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적혈구 생성 호르몬(에리스로포이에틴)=근육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생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이다. 지구력 향상에 쓰이지만 2000년 이전에는 합성호르몬을 확인하는 검사법이 없었다. 혈액 내 적혈구 비중을 과도하게(50% 이상) 높이지 않는 한 말이다. 암스트롱 팀은 1999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할 때 이를 사용했다. 2000년 새 검사법이 도입되자 식염수를 주사해 혈액을 묽게 만드는 수법을 동원했다.
▶자가 수혈=선수 자신의 피를 뽑아 놓았다가 다시 주사하는 수법이어서 확인이 극히 어렵다. 적혈구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적발될 수 있다. 암스트롱은 식염수를 주사해 혈액을 묽게 하는 수법을 썼다. 또한 소량의 적혈구 생성 호르몬을 주사하는 수법도 병용했다. 그러면 미성숙 적혈구가 생성되기 때문에 수혈로 인해 성숙한 적혈구 비율이 높아진 것을 상쇄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근육 양을 늘리고 지구력과 회복력을 높이는 데 사용되는 호르몬이다. 이 수치는 사람마다, 날마다 달라질 수 있어서 소량 사용하면 적발이 어렵다. 암스트롱 팀의 의사는 혀 밑에서 천천히 녹는 올리브오일 정제까지 개발했다.
▶성장호르몬=근육을 키우고 손상을 복구하기 위해 사용된다. 암스트롱이 처음 은퇴했을 당시인 2005년에는 이를 알아낼 검사법이 없었다. 그의 팀은 2005년 이전에 이를 지속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테로이드=근육의 염증을 완화하고 손상을 복구하는 호르몬이다. 암스트롱은 ‘투르 드 프랑스’에서 처음 우승한 1999년 이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손에 양성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팀의 의사가 조작에 나섰다. 자전거 안장에 닿는 엉덩이 피부의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 약을 처방했다는 기록을 소급해서 만든 것이다.
▶식염수·혈장=식염수와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의 주입은 불법이다. 수혈이나 호르몬 주입을 덮어주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의 의사는 검사에 앞서 레인코트 속에 식염수를 숨겨 들어와 건네준 일도 있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