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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삼성 OLED TV, 두 달째 행방 오리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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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8월 독일 ‘국제가전전시회(IFA) 2012’에 전시되려다 중간에 사라진 삼성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두 대는 독일 현지에서 도난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경찰이 두 달간 국내 운송상황을 추적해 왔으나 의심될 만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수사의 초점이 독일 현지로 옮겨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그동안 국내 운송회사, 삼성전자 관련 직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전자 수원 공장에서 제품이 처음 운송됐을 때와 인천공항에 남아 있는 화물 무게의 기록이 같아 국내 공항 이송 단계에서 도난당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독일 현지 공항에서 전시장으로 운송되는 도중에 분실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 인터폴을 통해 독일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최신형 OLED TV 두 대는 8월 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2’에 전시되기 위해 운송되던 도중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내부 검토를 거친 후 도난 여부가 확인된 지난달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삼성전자 측은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어느 쪽에도 무게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설계회로나 제품 원가, 구조 등이 공개되는 만큼 수조원에 이르는 기술 유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OLED TV 제조에 성공한 곳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뿐인 데다 대량 양산 시점도 불투명한 최첨단 TV 기술이어서 외국 경쟁업체의 조직적 계획 범행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1년 4월에도 미국 국제방송장비전시회(NAB)를 앞두고 63인치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TV 1대를 도난당하기도 했다. 당시 현지 힐튼호텔 로비에서 협력사 직원을 사칭한 사람이 PDP TV를 인수해 달아났다. 한 달 뒤 잡힌 범인은 힐튼호텔의 종업원으로 밝혀졌다. 이후 삼성은 전시회에 출품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보험에 가입해 왔다.

LG전자 역시 2000년 3월 독일 세빗 전시회에 출품하려던 60인치 PDP TV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뉴델리 공항으로 옮기다 도둑맞았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모두 시중에 판매되지 않던 최첨단 제품이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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