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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의 소리] 노인복지정책을 추진하기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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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혹시 독자 중에 왜 새해 첫머리부터 우중충(?)하게 노인 이야기를 들고 나오느냐고 타박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아래 숫자를 잠깐이라도 살펴보시라.

2002년 11월 현재 3백77만명으로 전체인구의 7.9%. 2019년에는 전체인구의 14.4%. 2026년이 되면 20%를 넘어선다. 전체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해에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9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했지만, 2019년에는 생산연령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당신은 이 숫자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했는가?

노인문제는 결코 '노인' 단일계층이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모순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모순을 한꺼번에 푸는 부가가치가 높은 국가과제이기도 하다.

첫째,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는 곧 여성문제로 귀결된다. 전체 인구의 7.3%인 노령인구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62%다. 특히 70세 이상의 노인 중 여성은 남성의 두배이고, 86%가 홀로 사는 할머니다.

남성보다 평균 13년을 더 생존하는 여성들은 성차별이라는 사회적인 편견으로 사회진입에 제한을 받고 있다. 사회와 고립된 남성의존적인 생활은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경제적으로는 '빈곤', 사회적으로는 '소외'라는 이중적인 고통을 불러온다.

둘째, 노인문제는 경제문제다. 가뜩이나 줄어드는 경제활동인구가 연금급여와 노인의료비, 노인복지서비스의 수요 증가로 떠맡아야 할 사회적인 짐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노인들이 취업 문제를 이야기하고, 퇴직연령을 늘리자는 주장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뺏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게임이란 논리적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셋째, 노인문제는 사회적인 자산을 지키는 문제다. 노인이란 육체적으로는 사회적인 약자인 동시에, 정신적으로는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소유하고 있는 참으로 독특한 존재다.

이들 개별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적인 자산으로 축적해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노인복지분야와 관련한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했다.

50만개 노인 일자리 창출, 예산 1% 이상 확보 등. 그러나 아직도 노인문제를 보는 시각 자체는 단편적이다. 그래서 기대와 함께 몇 가지 당부를 덧붙여본다.

첫째, '노인'만을 위한 몇 가지 복지정책을 베푸는 시혜적인 차원이 아니라 전체 사회구성원의 문제임을 확고하게 인식해 달라는 것이다. 노인은 사회적인 은퇴자가 아니라, 연령에 맞게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는 경제주체다. 모든 정책은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노령사회에 대비해 노인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대대적으로 다시 구축해야 한다. 성별.나이별.경력별.질병 관련별로 상세한 데이터를 새롭게 구축하고, 여기에 걸맞은 직종을 개발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약 3만개의 직종이 있지만 우리는 고작 그 절반이므로 직종 창출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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