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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모이세스 알루 '무관 설움은 그만'

중앙일보

입력

1997년 4월 26일, 공식적인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박찬호는 선발 등판을 위한 시험무대로써 자신의 마지막 중간계투전이었던 플로리다 말린스전에 출전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5번타자였던 모이세스 알루는 박찬호로부터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뉴욕 메츠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을 포함해 3과 1/3이닝 동안 이어오던 박찬호의 중간계투 무실점행진에 종지부를 찍게 만들었다.

이처럼 미래의 에이스 박찬호로부터 오래 전부터 홈런을 뽑아낼 정도로 알루는 뛰어난 타자였지만, 아직껏 그에게는 왕관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무관의 설움을 벗지 못하고 있다.

199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 알루는 28타수 9안타에 플로리다 선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3개의 홈런과 함께 9타점을 올리며 월드시리즈 MVP에 대한 희망을 갖게 만들었지만 정작 그에게 돌아온 것은 우승반지뿐이었다.

늘 그랬다. 실력은 있지만 운이 따르지 않는 선수라는 불명예가 항상 알루를 괴롭혔다. 1999년에는 부상때문에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고, 부상에서 회복하며 제 기량을 보여준 2000시즌에도 .355의 타율이라는 호성적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토드 헬튼(콜로라도 로키스)이 쿠어스 필드의 이점을 등에 업고서 그의 타격왕 자리를 가져가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올시즌 알루의 집념은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알루는 지난 시절에 겪었던 실패를 다시는 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팬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알루는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로 타격 선두를 지켜가던 리치 오릴리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추월하며 어느 듯 내셔널리그 타격 1위에 그의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368의 타율, 이는 양대리그 통틀어서도 가장 높은 타율이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휴스턴이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의 호조를 보이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넘어서 선두 시카고 컵스까지 위협할 수 있었던 것도 알루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제프 배그웰, 크레익 비지오, 랜스 버크맨, 리차드 히달고 등이 휴스턴을 이끌어 가고는 있지만, 알루 역시 휴스턴의 중심타자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성적을 바란다면 알루의 존재는 당연히 필수적 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1998년,2000년 2년 모두 38개, 30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슬러거로서의 이미지를 갖추어 나가고 있는 알루는 이와 함께 지난 시즌에는 제프 배그웰, 글렌 데이비스, 지미 윈 등과 함께 2시즌 이상 30홈런을 기록한 4번째 휴스턴 선수가 되는 기쁨도 누렸다. 그리고 휴스턴에서 뛰었던 2년간 100타점과 30홈런,3할을 기록했던 알루였기에 그와 휴스턴의 만남은 어쩌면 운명적이 될 수도 있으리라.

현재 193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알루는 조만간 자신의 통산 200번째 홈런도 달성하게 될 것이다. 1992년, 26살의 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알루, 그에게 있어 더 이상의 좌절은 없어야 한다. 벌써 35세라는 나이를 넘기며 어느 듯 자신의 야구인생을 마감할 시기까지 다가온 듯한 알루에게 있어 올시즌은 무관의 한을 떨쳐버릴 최고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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