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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판 벌리고 센터서 틀 잡아 … ‘장군거리 축제’ 명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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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신명 나는 풍악 소리가 거리 곳곳에 울려 퍼진다. 축제 분위기가 가득한 사거리 한쪽에는 임경업 장군이 준마를 타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아이들은 이런 모습들이 마냥 신기한 듯 축제 현장을 신나게 뛰어다닌다. 이 모든 것은 가락2동 주민센터의 지원을 받아 주민들이 직접 기획했다.

“이 동네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 공부예요. 축제를 통해 서먹했던 이웃들이 한자리에 나와서 기뻐요.”

  지난 5일 가락2동 175번지 사거리에서 ‘장군거리 축제’가 열렸다. 그리 크지 않은 거리 입구에 들어서자 인파로 가득했다. 사거리 정면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7080 통기타 연주가 한창이었고 떡과 과일 등의 후원 받은 물품을 나눠주는 정겨운 풍경도 보였다. 서로 잘 알지 못하고 지냈던 가락2동 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이웃의 정을 나눈다.

 올해 두번째 열리는 장군거리 축제의 현장이다. 이 축제는 가락2동 장군거리 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추진위원회는 모두 주민으로 구성됐다. 행사를 기획하고 예산을 마련하는 일 모두 주민들이 나섰다. 2000만원에 달하는 축제 예산도 주민들이 1만원, 2만원씩 모아 마련했다. 세부 프로그램의 추진이나 실무가 필요한 부분은 가락2동 주민센터가 나섰다. 행사 홍보도 주민센터가 맡았다. 주민센터와 동민이 하나가 돼 일궈낸 행사다.

축제에 참여한 주민들이 방송댄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가락2동 주민센터 제공]

가락동 상점가 일대는 과거 ‘개롱골’로 불렸다고 한다. 병자호란 당시 임경업 장군의 비화가 얽혀 있는 곳이다. 현재 판교-구리 간 고속도로가 가로지르고 있는 해발 60m 갑박산 기슭에서 임경업 장군이 조그만 통을 발견해, 그 통 속에 들어 있는 갑옷을 입고 인근 산에서 나온 말을 타고 출전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투구봉이라 불리던 야산에서는 임경업 장군의 투구가 나오기도 하는 등 개롱골에는 임 장군의 발자취가 살아 숨쉬고 있다.

  이처럼 유서 깊은 장소인 개롱골은 지난해 5월 거듭났다. 송파구가 지역 명소화를 위해 가락동 175-14번지부터 190-6번지까지의 상점가를 ‘장군거리’로 명명한 것이다. 거리 입구에는 비석 형태의 상징조형물도 설치됐다. 임경업 장군의 명성과 지역 역사를 살려 테마 거리로 탈바꿈한 것이다. 개롱골을 명소화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기대가 담겨있다.

임경업 장군 명성과 동네 역사 살려 경제 활성화

그러나 막상 지역 주민과 상인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장군거리로 명명된 상가 일대는 여전히 한산했다. 이를 보다 못한 지역 주민들과 가락2동 주민센터는 아이디어를 냈다. “동네 자체가 유서 깊은 만큼 장군거리만의 축제를 만들어서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자.” 장군거리 추진위원회 이한종 위원장(60)이 아이디어를 냈다.

  결국 지난해 4월부터 축제 작업에 착수했고 9월에 첫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처음이다 보니 모든 면에서 미흡했다. 이 위원장은 “첫 행사는 부실하고 짜임새가 없었다”며 “보다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축제를 만들기 위해 가락2동 주민센터도 팔을 걷고 나섰다. 한성원 동장(57)은 지역 내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 등을 통해 주민들의 단결을 유도했다. 원활한 행사를 위한 모금 운동에도 동참했다. 한 동장은 “한 사람이 거액을 모금하는 것보다 많은 주민들이 조금씩 모금해야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지난 여름부터는 본격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임경업 장군의 퍼포먼스와 팔씨름 대회, 국악, 기타연주와 같은 다양한 공연들이 준비됐다는 사실을 지역 내·외부로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행사 소식이 알려지며 여러 단체에서 후원이 이어졌다. 이한종 위원장이 조합장으로 있는 송파농협에서도 각종 물품을 지원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장군거리 축제는 지역의 명물 행사로 자리잡게 됐다.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고, 앞으로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것이라 기대한다. 하루로 끝나지 않고 일주일 정도 축제를 마음껏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며 이 위원장은 웃어 보였다.

글=김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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