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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액션 대폭발 '스워드 피시'

중앙일보

입력

할리우드 액션영화도 이젠 때리고 부수는 차원에 머물러선 안되는 것일까.

지난달 선보인 '15분' (존 허츠펠드 감독) 이 TV의 시청률 지상주의를 내세워 연쇄 살인범의 잔혹극을 그럴 듯하게 묘사했다면 6일 개봉하는 '스워드 피시' (도미니크 세나) 는 첫 장면부터 영화의 리얼리티를 비판하는가 싶더니 이내 활화산 같은 폭발신을 토해낸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는 비밀결사 조직의 실력자인 가브리엘(존 트래볼타) . 그는 미국 마약단속국이 불법적으로 모은 비자금을 빼돌리려는 목적에서 고용한 천재적 해커 스탠리(휴 잭먼) 에게 이런 말을 던진다.

"할리우드가 문제다. 만드는 영화마다 리얼리티가 부족하다. 해피 엔딩이 아니면 영화가 안된다" 등등.

영화 강의실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한 위장 전술일 뿐이다. '스워드 피시' 는 바로 '본색' 을 드러낸다. 그들이 대화를 나눈 곳은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한 은행. 수십명의 인질에게 장착해 놓은 폭탄이 폭발하면서 분위기는 급전한다.

여기서 '매트릭스' 의 모션 플로 기법이 위력을 발한다.

1백25대의 카메라와 1백35대의 초고속(1초에 1백 프레임 촬영) 스틸 카메라를 연결한 첨단 장비로 대폭발 장면을 마치 정지한 풍경처럼 낚아챈다.

과장해서 말하면 ' 스워드 피시 '는 채 10분도 안 되는 이 부분을 보았다면 절반 가량을 즐긴 셈이다. 그만큼 도입부가 강력하다. 물론 이후에도 숱한 액션이 연속되지만 - (그래서 지겨움 없이 볼 수 있지만) - 영화의 중심엔 가브리엘과 스탠리가 벌이는 지능 싸움, 나아가 현실과 허상을 교묘하게 섞어놓는 감독의 연출력이 자리잡고 있다.

'스워드 피시' 는 세나 감독의 세번째 작품이다. 감독은 연쇄 살인범의 행각을 정적으로 그린 '칼리포니아' (1993년) 와 스포츠카 절도범을 속도감 있게 다룬 '식스티 세컨즈' (2000년) 의 상반된 요소를 적당하게 버무렸다.

그래도 뮤직비디오.CF에서 기본기를 닦은 감독의 출신을 반영한 까닭인지 저울추는 후자에 쏠려 있다.

영화는 가브리엘이 FBI의 감시 시스템을 해킹한 대가로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스탠리의 약점을 이용, 95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가로챈다는 내용이다. 감독은 국가 지상주의와 가족주의를 병치시킨다. 훔쳐낸 비자금으로 아랍의 테러리스트를 응징하려는 가브리엘과 이혼한 아내와 살고 있는 어린 딸을 데려오는 데 필요한 돈이 급한 스탠리를 대립시키는 것.

반면 양자 가운데 그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감독의 모호한 태도가 영화 자체를 혼란스럽게 한다. 영화 초반 가브리엘의 지적처럼 리얼리티에 혼선이 생기는 것.

또 종국엔 가브리엘과 스탠리 모두 승자가 되는 해피 엔드적 구성에 의존하는 모순을 보이기도 한다. 세상에 대한 감독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인지 , 아니면 원래 세상은 역설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할리우드 스타 존 트래볼타와 '엑스맨' (2000년) '섬원 라이크 유' (2001년) 의 신인인 휴 잭먼의 호흡은 일단 합격점.

막판에 거듭되는 반전도 흥미로우나 관객을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스탠리를 유혹하는 가브리엘의 미녀 밀사인 진저(할 베리) 의 관능미가 양념거리 이상이다.

■ Note

겉으론 숨막히는 액션이 쏟아지지만 속으로 상충하는 내용이 강점이자 약점이다. 잘 빚은 오락영화인 것 같은데 뒷맛은 어리둥절하다. 액션물을 너무 고급스럽게 치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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